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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Jan 28. 2022

VOC, 제대로 듣고 계신가요?

인프런 CS 온보딩 회고


We had clients that wanted kitchens and we were selling them pots and pans.
– Eric Murphy


서비스를 만드는 메이커의 입장이라면 누구나 귀에 피가 나도록 듣는 소리가 있다.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셋째도 고객이다. PM/PO는 곧 '고객 가치와 사업 가치를 달성하고 함께 만들 것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명확한 정의가 아직까지도 가슴 깊이 남아있는데, 실제로 업무를 하다 보면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해 정작 고객 가치가 뒷전이 될 때가 있다. 효율만 찾다가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로 남아버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시급성을 핑계로 가치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때가 발생하니 그저 난감할 뿐이다. 


그러한 사정이 있는가 하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저 인터뷰를 각 잡고 하지 않는 이상, 리서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만약,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보낸 5일


인프런에서는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총 세 개의 OJT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신규 입사자 대상 공통 OJT, 직무 OJT 그리고 대망의 CS OJT다. 사실 신규 입사자, 직무 OJT야 온보딩 프로그램에 늘 포함되는 것이니 크게 낯설지 않은 개념이지만 CS OJT는 이야기가 달랐다.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이 안 되니 다소 두렵기도 했지만, 일자별로 짜인 프로그램 구성을 보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부분의 제품팀이 그렇듯이 VOC 데이터야 늘 들여다보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갖고 있는 의견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본 경험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실습을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객 응대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지만서도 당시에는 '혹여나 사고라도 쳐서 서비스를 구설수에 오르게 하면 어떡하지..?'라는 다소 급발진에 가까운 걱정들을 했었다. 


내 상상은 여기까지 갔다..



CX, 고객 경험을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 인사이트의 최전선에 있는 CX팀뿐만이 아니라 디자이너, 콘텐츠 에디터, 개발자, PO.. 어떤 직무로 있건 결국은 함께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신규 입사 OJT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좋았던 대목은 신규 입사자 전원이 'CS 실습'을 경험한다는 점이었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제품의 고객이 누구인지, 왜 이 제품을 사용하는지(타제품이 아닌 이 제품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등을 알아야만 하는데, 사실 신규 입사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면밀히 파악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막연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창구가 CS 실습이었다. 그리 많은 고객 문의를 대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들의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잠깐이나마 업무를 본 덕분에 인프런이라는 서비스 CX 단의 톤 앤 매너를 이해하고. 고객들이 느끼고 있는 페인 포인트에 대해서 역시 고민해볼 수 있었다. 물론, 고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메이커들과 어떻게 함께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어떻게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How to보다는 What을 정의하는 일이다.)


CX에 관해 잘 정리된 아티클을 링크해 두었다.
https://www.beusable.net/blog/?p=2017




VOC는 해석하기 나름?


VOC를 통해서 고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성,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에서 유저가 불편을 표현하는 방법 역시 각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같은 내용의 문의라도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때로는 표현 자체를 하지 않는 유저들도 있다. 문의가 몰릴 때는 잠깐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문의를 넣지 않고 이탈하는 유저들이 종국에는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올 것 같았다. 어떤 고객들은 불만을 굳이 말하지 않고 이탈해 버리고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도 하니까. 심지어 나쁜 평판을 만들고 다니기는 경우도 제법 흔하다. 아무리 메이커들이 유저 입장에 빙의되어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첫 술에 모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객의 의견을 듣고, 인입된 내용과 관련해 서비스 기능 또는 사용자 여정 상의 문제가 없는지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인사이트를 팀원들과 공유하며 개선 방안을 찾아나가는 사이클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약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약효가 듣지 않는, 쓰기만 한 약도 더러 있다.)


통계를 통해 대략적인 이슈 카테고리와 트렌드, 유입량, 채널, 페이지 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CS 실습을 통해 가장 빈번하게 접수된 이슈를 개선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막상 접수되는 문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응대하다 보니 결국에는 팀 전체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성과, 서비스를 이용하며 발현되는 유저의 니즈를 퍼즐 조각 맞추듯 맞춰 그림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 느껴졌다. 모든 고객이 겪는 불편을, 손가락을 튕겨 마법처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으니 치명적인 결함이 아닌 이상은 결국 여기서도 우선순위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서 강의를 수강할 수 없다'는 유저의 문제가 있다. 이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강의 다운로드 기능'을 솔루션으로 번쩍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솔루션을 대책 없이 뚝딱 구현하게 된다면 저작권 이슈와 더불어 서비스의 Stickness가 줄어들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해 DRM 변환을 적용한다고 하면, 평생 수강 강의에 대해서는 수강기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이로 인해 고객이 겪게 될 또 다른 불편점을 예상할 수 있을까? 한때 DRM 콘텐츠 다운로드를 제공하던 무수한 음원 사이트, 영상 사이트들은 해당 기능을 왜 폐지했을까? 





이것은 단순 비유일 뿐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과연 오프라인 D/L 기능을 제공하는 게 유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까?'를 고민하는 게 제품팀이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기회가 됐다. 할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지금보다도 더 다수의 고객이 제품에 만족하고, 이 서비스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느끼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을까. 머지 않아, 100만 명의 유저를 모은 서비스에 멈추지 않고, 그 100만 명 모두를 팬으로 만드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 

 

동시에 인프런이라는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어 더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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