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익숙해져야 하는 거라면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마음이 쓸쓸한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내게는 작은 습관이 있다. 내가 몇 살이든 초등학교 5학년의 눈이 내 눈 안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곳 근처에는 국립대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 대학교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어떤 친구와 함께 갔는지, 그 친구와 손을 잡으며 갔는지,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갔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한 장면만이 생각난다. 나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엉켜 있는 벤치에 있었다. 그 장면 속 어린 내가 아직도 눈을 밝히고 있다. 나는 어떤 대학생 형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 무리 중 한 명이 우리를 보더니 귀여워하며 한마디 말을 던졌다. 그 말 역시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소 시니컬한 냄새가 풍겼고 그를 보며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상상하던 어른의 세계를 그에게서 엿보았던 것 같다. 나는 스무 살 언저리에 있을 그의 삶을 상상하며 저 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그려보았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스무 살의 나를 상상하며 낯선 감정들을 헤적이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 된 내가 궁금했지만 동시에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눈은 이후 지나가는 삶에서 내가 낯선 단계를 지날 때마다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군대에 갔을 때, 전역을 했을 때, 그리고 취업에 성공했을 때.
내가 되어보지 못한 존재가 된다는 것. 내가 원하지 않았든 원했든 나는 거스를 수 없는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것. 그 작지만 거대한 힘은 항상 나를 그대로 통과했다. 내게서 무언가를 하나씩 가져가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내게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원하던 직업을 얻어 기뻤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을 느꼈다. 나는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하는 중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이전과 다른 삶이 시작될 것이다. 동시에 밍구,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낸 한 시절을 잃어버릴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은 늘 내 것일 수 없는 것들인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괜히 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