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간직한 소중한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이다. 오늘 누군가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의 얼굴은 말하는 내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가끔씩 그 때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먼 곳을 응시하곤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 중 어느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바로 그가 자신의 사랑을 냄새로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그가 좋아했던 사람에게서는 늘 한결같은 냄새가 났고 그는 그 냄새로 좋아하던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하루는 그 냄새를 매일 맡고 싶어 그 사람이 쓰는 로션을 몰래 훔쳐보고는 바로 그 제품을 구매했다고 했다.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나는 미안하게도 냄새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버려 이후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못했다. 아마도 다소 비극적으로 끝난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그가 떠난 자리에 혼자 남아 그 로션을 검색해보았다. 도대체 그 냄새가 뭐길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에게 나는 냄새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가 냄새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한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나기 때문에 그 냄새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로션은 지금은 단종된 상태였다.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 알 만한 유명한 회사의 제품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는 더이상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 인터넷 창 아래에는 여러 게시글이 나열되어 있었다. 스크롤 바를 내리면서 그 글들이 쓰인 날짜들을 살펴보자 대개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게시된 것들이었다. 그의 첫사랑이 오래 전에 끝났던 것을 알려주듯 로션 또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첫사랑을 간직한 로션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다시 그의 첫사랑을 추억할 수 없게 된 것 같아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가 아마도 로션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겠지만 만약 모른다면 최대한 늦게 이를 알게 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