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잘못된 건 아니고 같이 먹는 사람들 속도에 맞추느라 무리하게 빨리 먹었다가 그만 단단히 체하고 말았다. 대화도 없이 10분 미만으로 식판의 음식을 밀어 넣는 행위는 도저히 식사라고 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매일 점심 식사가 곤욕이었다는 것을 이제 받아들여야겠다. 그제 구내식당 밥에서 이물질이 나와 일부는 먹고 일부는 뱉어낸 것도 체한 이유에 일정 부분 지분이 있는 듯하다.
저녁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 돌아와 소화제를 추가로 먹었다. 이 더위에 몸에는 찬기운이 돌아 소름이 돋고 털이 다 서는 상태로 쓰러져 누웠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속은 좀 진정이 되었는데 두통은 여전히 좀 남아서 머리가 띵하다.
예전의 나였다면 꾸역꾸역 참고 저녁 일정에 참여했을 거다. 처음 장염에 걸렸을 때 그게 장염인 줄도 모르고 배가 좀 아픈데 쉬면 낫겠지 하고 모임에 가려다가 병원에 갔더니만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갸우뚱하며 이 정도면 엄청나게 아팠을 텐데 왜 이제야 병원에 왔어요?라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몸과 마음의 고통에 무지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억누름의 습성이 아주 잘 드러난 사례였다. 감정을 오랜 시간 억누르고 살아오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은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눈치 그만 보자. 남 눈치, 내 눈치. 생각만큼 타인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살핌과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