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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Sep 02. 2023

여름은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떠난다

: 여름이라는 계절에게 배웠던 마음.

나는 사계절의 시시콜콜한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몽실몽실한 하늘을 보고 '여름이 왔네!'라고 반기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산책을 해도 상쾌한 가을의 입구에 서있다. 여름이 아쉬운 듯 쉽게 떠나지 않고, 가을은 어서 가라며 인사하는 계절. 여름과 계절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오늘.


여름이 떠나는 순간이 아쉬워 잊지 않으려고 기록하는 이 순간,

여름에게 고마운 마음이 불쑥 찾아왔다.


당신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이었나요?


나는 "여름 싫은데!"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좋아하는 산책을 해도 쉽게 지쳤고, 유독 길어진 장마 기간에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어 우울감까지 들게 만들었다. 꽤 둔한 반응에 이마에 큰 모기를 물려도 몰랐고, 에어컨 없는 방에서 땀을 흘리며 일어나는 날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여름은 꽤 행복한 여름으로 기억한다

'이번 여름에는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해 보니 물놀이가 나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나에게 여름의 행복은, 바다에서 튜브를 타는 일이었다

튜브를 타는 일이 여름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튜브 타러 갈까?' 휴가 계획도 늘 튜브를 타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동해로 서해로 떠나 튜브를 타고 윤슬을 보는 순간 자체가 행복이었다.


이번 여름은 물놀이의 방향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놀다가 모래가 수영복 안으로 가득 들어가는 경험을 한 이후로 워터파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여기로 가볼까?'

사실 나는 워터파크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워터파크를 간 기억도 거의 없을 정도로 워터파크는 나에게 재미도 없지만 두려운 곳이기도 했다. 워터파크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제 수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되어 물에 대한 두려움의 깊이가 조금 낮아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인생, 워터파크에서 행복을 느낀 첫 추억.


마음은 반반이었다

'과연 워터파크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워터파크와 꽤 잘 맞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30년 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첫 번째 간 워터파크에서는 예쁜 윤슬이 기억에 남고,

두 번째 간 워터파크에서는 인공 파도에서 일렁이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워터파크를 갈 생각이 없었던 터라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아 실내수영장용 수영복을 입고 입장해야 했지만 민망함도 금방 스쳐 지나갔다. 어린이 놀이터부터 파도풀까지. 워터파크에서 행복했던 어른이는 아쉬운 마음에 꼬박 4시간을 이상을 돌아다녔다


수영복을 탈의하고 꽤 놀라고 말았다.

여름의 색은 깊고 짙었구나.


물놀이를 열심히 했던 계절,

이 계절을 그리워할 듯하다.


나에게 이번 여름은,

몸과 마음에 유독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떠나가는 중이다.



여름, 유독 몽실몽실한 구름을 가득 보여주는 계절.


그렇게 기록하지 못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문득 여름이라는 계절은 반복되지만 똑같은 여름은 없기에.


이번 여름, 유독 많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마음껏 울고 웃으려고 노력했던 계절이었다

내 노력을 알아주었던 걸까. 여름이라는 계절은 유독 나에게 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실내수영장에서의 수영도 즐겁지만, 햇빛이 쨍한 시간의 물놀이의 행복을 처음 배웠던 계절이었으니까.


'덥다 더워,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던 과거의 나.

'이번 여름 야외 물놀이는 어디로 갈까?'라고 말하는 오늘의 나.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 배울수록,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주던 고마운 계절, 여름.



찬란하게 눈이 부셔도 포기할 수 없었던 구름 사진,

내 사진첩은 여름 구름을 한 아름 품고 있다.


여러 계절을 지나 다시 만나는 다음 여름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깊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이다.


계절의 변화 앞에서 느꼈던 마음들을 정리하다 보면 소중하지 않은 계절이 없다


봄은 길가에 핀 수많은 꽃들을 보며 행복하고, 여름은 시원한 물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을은 형형색색 변하는 나뭇잎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계절. 겨울, 신나는 겨울 썰매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계절. 계절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득 품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계절, 수많은 계절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당신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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