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는 섬은 별게 다 위로가 되곤 한다.
프롤로그
: 특별하지 않은 내 여행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미루고 미뤘던 글을 쓰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강화도에서 만난 룸메와 대화를 하다가 제주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저 제주도에서 두 달 정도 살아 본 적이 있어요'
룸메는 제주살이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했다. 두 번의 제주 살이를 경험하고 여유만 생기면 제주에 다녀오던 나였기에 누군가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써서 독립출판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룸메 언니와의 대화는 나에게 작은 불씨를 피워줬다. 나는 왜 그토록 틈만 나면 제주로 떠나는 걸까, 왜 제주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 질까. 유독 제주라는 섬을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10년 동안 여전히 제주라는 섬으로 떠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찾기 위해. 그리고 제주라는 섬을 그저 물가가 비싸니 해외로 가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제주의 매력을 알려 주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내가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 사진을 마음껏 넣고, 친구들에게도 시시콜콜하게 하지 못했던 제주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살아 보는 경험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제주라는 섬에서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외로움을 가득 느끼며 떠났던 나의 여행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제주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
연재가 끝날 때쯤이면 다음 도전은 독립 출판물을 만들 것을 다짐하며.
2012년 제주로 처음 여행을 떠났다
계획형 인간이 아무 계획 없이 제주로 떠났다. 새벽에 비행기표를 끊고 아침에 일어나 김포 공행으로 향했다. 수학여행 이후 홀로 떠나는 첫 제주 여행이었다. 내 나이 22살, 한창 멋을 부리느라 나시에 짧은 치마를 입고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꽤 외롭고 쓸쓸했다. 모두가 함께 인듯한데 나만 혼자인 기분이랄까.
2013년, 내 나이 23살. 첫여름휴가를 받고 또 제주로 떠났다. 해안산책로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 빠르게 사진을 남기던 수줍은 소녀였다. 무더운 여름, 무거운 짐을 두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다. 다 뜨지 못한 눈으로 창가를 봤는데 제주만의 색으로 빛나고 있는 바다를 만났다.
"우와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는 이런 바다를 보며 살아보고 싶다"
2014년, 나는 그렇게 1년 뒤 정말 제주에서 살게 되었다.
근무하던 곳에서 계약이 끝나 퇴사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내 나이 24살이었다. '취업을 해야 할까? 제주에서 살아 볼까?' 퇴사와 함께 이직을 고민하게 되었다. 하나 둘 취업을 해서 멋진 사원증을 달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제주 바다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 거렸다. 이 기회에 제주도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일을 시작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고민이 있어요!'
회사에서 인연이 되었던 J에게 연락을 했다. J는 이제 막 30대를 시작한 사람이었다. 이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어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게 어때요?' 돌이켜보면 J 덕분에 제주 살이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사람의 조언, 그때 J가 다른 이야기를 했다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엄마, 나 제주에서 지내다 올게요!
나는 세 자매 중에 좌충우돌 둘째 딸을 맡고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갑작스럽게 어딘가로 자꾸만 떠나는 딸. 제주 살이를 시작하면서도 엄마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딸을 가진 엄마의 마음에 더 걱정이 될까 봐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약 한 달 정도 제주도 스텝을 구하는 카페에서 모든 공고를 봤던 것 같다
제주도에서 얼마나 있을지 기간도 생각해야 하고, 교통이 편한 시내 쪽으로 갈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갈지도 고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한 지가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스텝 공고를 보며 몇 군데로 추렸고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지원을 했다
"그럼 생각해 보고 연락 주세요!"
"저 갈게요!"
사장 언니와의 통화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고 연락 달라고 하는 사장 언니의 말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몇 군데의 통화 끝에 그냥 이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내 직감을 믿었던 걸까.
내가 제주 살이를 시작한 곳은,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였고 매일 저녁 붉은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매일 바다를 볼 수 있고, 매일 석양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나에게 이곳은 완벽한 제주 살이의 시작점이었다.
그렇게 2014년 첫 제주 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10년 동안 제주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누군가와 같이.
10년 동안 제주와 사랑에 빠진 이유
'아직도 제주도에서 볼게 남아 있어?'
많은 이들이 유독 제주로만 떠나는 나에게 묻는다.
제주에 특정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는 사람이었다면 사실 나는 이제 제주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사실 나는 늘 제주에서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풍경들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해 떠나는 사람이지 않을까.
내가 10년 동안 제주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의 아름 다운 풍경 앞에서 마주 하는 나와의 시간이지 않을까.
유독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기도 하고 기질이 예민한 나는, 제주에 가면 마음이 너그러워 지곤 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 가느라 돌보지 못했던 마음을 제주에서 안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다르게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 앞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들과 돌담 사이로 핀 들꽃까지. 예민하게 살아 가느라 보지 못했던 일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제주에서 배웠던 것 같다.
"인생은 한번뿐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내가 제주에게 배운 마음들이 많아 여전히 제주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10년 동안 제주와 함께 했기에 내 삶도 조금씩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작은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고,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방법도 배웠다. 인생은 외롭다는 사실을 배웠고, 그런 외로움도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배웠다. 모든 관계는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기에 인연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배웠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제주에게 수많은 인생을 배웠다.
제주에서 배운 수많은 마음 이야기를 써내려 보는 여행의 시작, 또 다른 시작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