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생활2
고작 이제 이틀째다.
겨울방학은 이렇게 하루, 하루 날짜를 세다가 그 날짜 세는 걸 까먹고 언제 끝나나를 백번쯤 되뇌다 보면 개학이 찾아온다.
어제 아침부터 밥을 차리기 시작해서 오늘 점심으로 연속 다섯 번 상을 차려낸다.
있던 국을 끓여서 아침을 먹기도 하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대충 상을 차려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끼니를 챙긴다는 건 고단한 일이다.
오늘 점심으로는 어묵탕을 끓이고,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식탁에 두고 각자 원하는 것으로 꼬마김밥을 만들어서 먹기로 했다.
요리 아닌 요리 같은 꼬마김밥.
김밥을 워낙에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김밥을 잘 말거라 생각했건만, 첫 번부터 망삘이다.
밥을 고르게 펴고, 재료를 적당히 넣어야 하는데 우리 집 먹보들은 재료를 잔뜩 넣어 김밥이 말아지지 않는다.
오므라들지 않는 김밥을 두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다.
"밥을 김에 고르게 펴. 예쁜 모양이 되도록 잘 펴야 해.
그리고 재료를 하나씩만 올려. 욕심부리면 말아지지 않으니까 하나씩만 올리고 여기부터 말기 시작해."
큰 아이, 작은 아이에게 한 번씩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니 곧잘 따라 했다.
각자가 말아서 만든 꼬마김밥을 들고 사진 한 번씩 찍고, 나도 말아서 먹고 중간중간 또 질문들에 답을 해주고 각자 먹은 그릇은 싱크대로, 다 같이 먹은 그릇은 내가 정리하고 식탁을 얼추 치우고 나니 체력이 방전 직전이다.
어제부터 자꾸 눈이 건조하다.
심심풀이 릴스를 보는 것도, 맘카페를 들락날락하는 것도 눈이 뻑뻑해서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고맙게도 큰 아이가 작은 아이와 함께 바깥놀이를 나간단다.
작은 아이는 형이랑 놀다가 줄넘기학원을 다녀오겠노라고 씩씩하게 스케줄을 만든다.
'기특한 것들'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급 찾아온 찰나의 고요함.
제일 따수운 아이들 방에 들어가 베개를 베고 눕는다.
그리고 오디오북을 켠다.
박정민 배우의 "쓸만한 인간"
오디오북으로 듣는 책은 어딘가 낯설다.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은데 눈이 피로하니 책도 선뜻 잡히지 않아 우선 오디오북을 켰다.
먹지 않던 사탕을 잔뜩 모아두었는데, 무심코 집어든 사탕 한 알이 너무 맛있듯...
아 너무 재미나다!!!!
혼자 크크 크큭 거리며 들었다.
아 맛있네, 이 책.
혼자 쩝쩝거리며 먹는 간식처럼 맛있게 들었다.
박정민 배우의 목소리가 감칠맛을 더 살려냈다.
아, 첫째가 집에 왔다.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