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검 Apr 05.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4탄-므스게

같은 소나무라도 부동한 각도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듯이,

인생의 부동한 단계에서 바라보는 삶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의미가 다른 같다.


울음을 예로 들면,

10월의 잉태를 거쳐 어머니의 따뜻한 배속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와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혼돈의 세계를 느끼면서  터뜨리는 울음과;

철이 들기 전  둥지 안 새새끼처럼 짹짹짹 거리며  배고픔 그리고 남모를 설음을 와자자한 소리로  혹은 사시나무 떨 듯한 몸짓으로 표현해 가며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우는 울음;


철이 든 후에는 부모님을 떠나 새로운 세계와 꿈을 향해 날개 짓하다가 차가운 비바람이 부는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벼락에 소스라치게 놀라 해변가 커다란 바위 옆에 기대 눈물인지 땀인지 아니면 비물인지를 잊은 채 하염없이 우던 울음소리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후 새롭게 부화된 생명을 보며 조물주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전에 좌충우돌 육아 격변기를 거치면서 부모님의 위대함과 소박함이 깃든 절대적인 사랑에 목메어서 홀로 울든 그때도;


다 다른 같다. 인생의 과반 고개를 넘어가니,  그동안 먹은 소금이 많아 그런지 아니면 아픈 추억과 슬픔이 많아 서인지  떨어지는 늦가을 단풍잎에도 피고 지다 바람에 흩날려서 어딘가에서 색 바래 지고 있을 꽃잎을 생각하며 이유 없는 눈물을 지을 때도 있다.


무념무상무주하기에는 세속의 끈이 너무 길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타이핑하다 보니 말이 길어진 같다.

 사진 1. Midjourney를 통해 그린 유화, <혼돈세계>


오늘 쓰려고 하는 연변말은 "므스게"이다.  듣는 이에 따라 혹은 "미시게" 혹은 "무스게", "무스개"라고 도 들리는 데, 연변에서는 다 포캐(剖开라는 한자에서 온듯한 연변말로 이해한다는 의미가 있음. )해서 듣는다.  

표준말로 하면, "무엇"과 그 의미가 같은 바, "모르는 사실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혹은 "정하지 않은 대상이나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는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라고 사전에는 적혀 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연변말 "므스게"를 평범한 "무엇"과는 동일시하는 우는 범하지 말자. 예로부터 함경북도 지역은 전투적이고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 서인지 함축된 언어 속에 많은 의미를 은근슬쩍 함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예 1:  "이 므스게 이리 와자자하니"

표준말로 번역하면, "이 무엇이 왜 질서 없이 있니?"

여기서 "므스게"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고, 질서 없이 혼돈하게 있는 그 상태에 대한 불만과 자조(自嘲)가 섞여 있다. 말투도 퉁명한 어조로, 그리고 자기 절로 하는 말 같으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정도로만 하는 게 보통이다.

빨리빨리 깨끗하게 정리하거나, 옆에 가서 도와주는 흉내라도 내는 게 정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육두문자가 바람을 날리며 누군가에게 착 꽂힐지 모른다..ㅎㅎㅎ


예 2.  "야, 므스게라고"

표준말로 번역하면, "너, 무엇이라 했나"

강열한 악센트로 보통 전개되는 이 말의 조합에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선두를 이끄는 "야"는 연변에서 아랫사람에게 명령어로 쓰는 경우 "너"의 의미를 포함되지만 , 가끔은 친한 남자선배나 삼촌들한테 스스럼없이 쓰는 경우 "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 혼돈하지 말자.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이 불쑥 강한 어조로 "야"를 던져 상대방에 대한 주의환기와 전략적 우세를 보여주고, 0.5초 좌우의 뜸을 들인 후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강력한 속도와 파워로 "므스게라고"하는 것이 정석이다.

상대방의 불량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질책, 그리고 시정에 대한 압박이 은근슬쩍 묻어 있다.

그리고 명기할 것은 "야, 므스게라고"할 때에는 복싱에서 날아오는 훅(Hook)과 비슷한 무엇인가 준비되어 있음을 항상 명기하자.


사진 2. Midjourney를 통해 그린 <달과 해가 함께 떠있는 바다가>



무엇인 듯 아닌 듯한 "므스게"

아니면 무엇의 무엇인 듯한 "므스게", 요즘 사회적 분위기에 참 어울리는 단어 같다.


코로나가 금방 터질 때만 해도 2003년 북경에서 겪었던 사스처럼 간단히 몇 달이 지나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각자 나름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에 덩치가 커져서 진정한 핵폭탄급이 되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초토화시켜 버렸다. 공장이 멈추고, 시위행진이 멈추고, 비행기가 멈추고 차량이 멈추고 사람까지 멈춰 버렸다.

다만 시간은 무정하게 가고 있고, 각 나라의 곳간이 서서히 비여가고 있고 백성들의 지갑도 홀쭉해져 가고 있고 드디어 그동안 잠자코 있던 사회적 모순들과 국가 간의 분쟁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마스크가 몰고 온 공급망관리 허점이 부각이 기존에 존재하던 중미무역분쟁과 겹치면서 탈 중국행열이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반도체에 대한 제재를 불러일으키고 이제는 석유를 둘러싼 싸움으로 까지 번지는 듯하다.


여기에 나토와 러시아의 제로섬(Zero sum)같은 힘겨루기가 러시아우크라전쟁에서 본격화되고 있고, 그 끝이 보일 듯 말 듯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근데 그것이 다시 중국 러시아 북조선과 미국 일본 한국의 대치로 옮겨 붙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황제도 아닌 것이 황제걱정을 하는 같다.

또 신조어로 연예인 돈걱정만큼 쓸데없는 짓이 없다고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노파심이 발동했는 가 보다.


가다 보면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로마”에 도달하겠지.

하잘대기 없는 국가 걱정보다도 현실적인 내 걱정이나 열심히 하기로 하자.

푸틴 정도 거물이 되어야 우크라이나 같은 다른 나라 치고 싶으면 치고 말겠으면 마는 거겠지.

내가 걱정한다고 아침해가 서쪽에서 뜨고 동쪽에서 지는 것이 아닐 테니깐.  


사진 3. Midjourney를 통해 그린 <로마 거리에서 >


이상으로 재미있는 연변말14탄 -므스게였습니다.


오늘 청명인데 날씨가 시쁘둥하네요. 그래도 항상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리고 우리말도 열심히 배우고 쓰도록 노력하시죠.


백검


2023년 4월 5일 12시 42분 연길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연변말 13탄-짜그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