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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Apr 12.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6탄-버새

버새는 북조선과 연변에서 쓰는 말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킨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평가할 때 대다수 어른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옆집 아무 아무개는 똑똑해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둥, 근데 너는 가장 간단한 것조차 풀지 못한다는 둥둥.

물론 이런 것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남의 마누라가 더 이뻐 보인다. 옆집 남편이 더 착해 보인다 등 "남"의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객관적 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이 더 많아 보이며 심한 경우 사실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

즉 떡가게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금형으로 찍어낸 떡인데 크기가 다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먹이가 부족했던 그 시대의 아픈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해 남의 떡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비상식량으로 저장하고 싶은 그런 잠재의식에서 그럴지 않을까 싶다.  마치 도토리를 사재기하는 다람쥐처럼 말이다.  


비슷한 도리로, 자기 DNA를 타고 난 자녀가 현재보다 더욱 총명해서 정글 같은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서 종자를 종족을 이어갔으면 하는 잠재의식이, 남의 자식이 더 총명해 보이는 그런 위감이 섞인 착각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생각이나 사고방식은 땅은 손바닥만 한데 상대적으로 인간은 바글바글한 아세아권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세상은 넓고 자원이 많고 할 일은 너부러졌는데 인간은 적은 러시아나 캐나다 같은 지역,  그리고 경제가 발달되어 있고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는 그런 북유럽 같은 동네에서는 희박하다.

예를 든다면 국가가 교육. 보육. 건강, 연금. 노인복지, 사회복지 등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지어는 감옥까지 아세아권 호텔 수준으로 지어놓고 서비스하는 스웨덴 같은 나라사람들이라면 왜 쓰잘대기 없이 남의 자식 타령이나 할까 싶다.


오직 사람의 머리수가 다른 포유동물들을 절대적으로 압도하다 못해, 개미 같은 곤충과 수량과도 견적하는, 이리 봐도 바글바글 저리 봐도 바글바글하여 오뉴월 똥파리 끓듯하는 아시아의 인구대국들에서 만이 그렇지 않을 까.      


사진 1. 인도 힌두교의 순례축제=쿰브 멜라 한 장면.

출처: 스타투어


여하튼 지구면적의 29.4%으로 전 세계 60% 이상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아시아의 생태환경이 "총명한 것과 멍청한 것"에 대한 아시아만의 독특한 분별방식과 "총명"한 것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지금이야 "총명"한 여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와 EQ"Emotional quotient, 감성지수"같은 걸로 데이터화하여 평가하지만, 옛날에는 무조건 시험이다. 아니 어찌 보면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즘 되니 2020년에 대구에 잠시 체류하던 중 유명한 药令시장 들렀다가 본 한양 가는 길(과거길) 벽화가 떠오른다. 영남지역에 살고 있는 선비들이 과거시험길로도 유명하다.

중국 수나라 때부터 인재등용문으로 시작된 과거제도.


그러면 당시 가장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왜서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들 과거시험에 목을 매달았을 까?  송나라 황제인 송진종의 유명한 권학문(劝学文)에 그 답이 있다.

富家不用买良田,书中自有千钟粟。

安居不用架高堂,书中自有黄金屋。

出门莫恨无人随,书中车马多如簇。

娶妻莫恨无良媒,书中自有颜如玉。

男儿欲遂平生志,六经勤向窗前读。


우리말로 번역하면 어찌어찌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고 사나이라면 책이나 열심히 있어라 "책 속에 천종의 봉록이 있고, 황금 같은 집이 있고, 따르는 부하들이 있고, 옥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있으니"  여기서 한 마디가 빠져 있으니, 바로 과거시험을 통과하도록 해라 이다.


어찌 보면 파라다이스보다 더 파라다이스 한 결과를 주는 그놈의 과거시험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섯 살짜리 코플레기부터 지어는 80살 먹은 노인네까지 그 시험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서오경(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춘추, 예기)을 잰내비 이 잡아먹듯 앞뒤로 달달 에워 입에서 술술 나오도록 해야 최종 33인의 합격명단에 들어 돈걱정 여자걱정 없이 편~안 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송진종의 히틀러 뺨치는 선동질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의 많은 소위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아니 자격조건이 되는 인간들이 과거시험장에 뛰여 들었으니 그 경쟁이 가히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물론 근현대에 와서는 봉건왕조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및 사회주의 제도 등이 등장하면서 성공에 대한 표준이 다양화함에 따라 "科举考试"을 동경하는 풍조도 많이 변했다.

일개 지주 아들에서 총대(枪杆子)로 일약 중화민국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원세개(袁世凯)의 성공스토리는, "총대에서 정권이 나온다"는 희망을 던져 주어, 적어서 1945년까지는 시험보다는 군대에 가입하여 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신분상승의 방법으로 각인되었다. 물론 날아가는 탄알 목숨도 따라 날아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리스크도 있지만 말이다.  

중국은 그렇다면 조선반도는 어떠했을 까? 부끄럽지만 상당한 엘리트들이 일제 편에 서서 立身扬名을 노렸으며 1945년 광복 후에는 하루밤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항일파"로 "애국자"로 변신을 노렸다.


시간은 흘러 흘러,  세상은 돌고 돌아 또다시 "과거시험"의 영광이 재현되고 있으니 바로 "공무원시험"이다.

물론 중간에 "실업구국" 그리고 "과학구국", "교육구국" 등이 잠깐잠깐 흐름을 바꿔놓는가 싶었지만, 결국은 다시 공무원시험이 대두 중의 대두로 부상했다.


3년 간의 코로나로 인한 경제충격, 그리고 기업들이 그 충격을 못 이겨내서 우후죽순처럼 부시시 떨어지고 따라  구조조정이나 해외이전을 함에 따라 고소득이라 여겼던 일자리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실업자들이 폭증하는 등등 현실사안들,

이외 최고 갑부라고 나다니던 인간들이 역시 하루아침에 권력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경제안건으로 감옥살이하는 것을 보면서 "똑똑한 이"들의 선택이 달라진 같다. "천하의 이재드래건"을 보았는가, 생각해보았는가.ㅎㅎㅎ


이로해 천군만마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기적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으니, 매년 공무원 시험인데 날에 날이 갈수록 그 경쟁이 과열화되고 있다.  

평범한 사무직에, 석사 박사 그리고 해외파까지 끼어들어 야단법석이니 진짜  견문발검(见蚊拔剑,모기를 보고 칼을 빼든다)이요 할계우도(割鸡牛刀,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이다.


사진 2. 중국 공무원시험장에 들어가고 있는 시험생들

출처: 신화통신



그러면 관모를 쓰고 나랏밥을 먹으면 끝인가?

그것도 아닌 같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또 한 가지 관문이 남아 있으니 바로 연줄이다. 라인(Line)이라고도 불리는 교묘한 물건인데, 잘 잡으면 일인득도 계견승천(一人得道鸡犬升天)도 가능한 승진엘리베이터를 타게 되고, 잘 못 잡으면 곡종인산(曲终人散)이요 문가라작(门可罗雀)이 된다.


갈수록 심산인지, 아니면 갈수록 평탄대로인지를 결정하는 그놈의 연줄은 어떤 게 있을까?     

보통 학연(学缘) 지연(地缘) 혈연(血缘) 삼연을 말한다. 불교에서 옷깃만 스치는 인연을 맺으려 면 전생에서 500겁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똑같은 유치원, 소학교, 초중, 고중, 대학교, 지어 학원을 다니려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이고; 같은 도, 군, 리나 동에서 태어나려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을 것이며; 같은 성씨로 태어나려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묵묵히 이겨냈을 것인가?


하여 점잖은 분들은 혹은 묵묵히 혹은 은근슬쩍 삼연을 따진다. 물론 위대한 사업은 이래저래 리스크도 큰 만큼, 필승을 위해선 전생에 덕을 나눈 그래서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 해야 더욱 정확성과 성공률을 높이지 않겠는가.


물론 이외에 한국에서만 특별히 따지는 연줄이 있으니 바로 군연(军缘)이다.  군대에서 동고동락하고 생사를 함께 했으니 형제보다 더 형제요, 피보다 더 짙다고 한다.

이외 우스개로 흡연도 있다고 하지만 그거는 언제까지나 우스개다. 같이 담배를 피워서 연줄이 생긴다면, 아마 中华담배가 모타이주보다 주식이 더 올라갈 것이 아닌 강?   


사진 3. 지록위마(指鹿为马)

출처: 인터넷 검색


연줄문제까지 해결되면 그다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입"이다.  口라는 한자처럼 입은 무조건 무거워야 되지만, 가끔은 동그라미처럼 윤통성이 있어야 한다.

진나라 때 조고(赵高)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했다는 설은 매우 유명해서 더 상세한 설명은 않겠다.

지록위마가 2014년 한국의 올해의 사자성어로 된 것만 봐도 그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최순실사건과 맞물려 부정적인 의미가 풍기지만은.....

가령 당신이 진나라 대신이어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놈의 사슴을 사슴이라 했겠는가 아니면 말이라 했겠는가?

아니면  무지식하고 가난하여 말이나 사슴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발뺌하겠는가?

더 아니면 세치 혀끝을 동원하여 말과 사슴의 정의를 모호하게 하여 말사슴이란 새로운 물종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니면......


선택의 순간에 생사가 오르내리고 승진이냐 퇴출이냐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새빨간 음모가 이미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누군가가 그 신묘한 언어의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총명한지, 아니면 버새인지

아니면 버새인척 하는 총명한 사람인지, 마치 扮猪吃虎하는 것처럼.

아니면 때로는 총명하게 때로는 버새처럼 살아야 하는지


결국 헛갈려서 결국 광야의 길을 선택했다.

비록 허허벌판일 때도 있고 울울창창한 나무속에서 햇볕을 보기도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게 대순가.

오직 나만의 나를 위한 나의 목소리로 나의 노래를 쓰고, 나의 발로 나의 길을 가고 때로는 달리기도 때로는 걷기도 때로는 기여 오르기도 하니

자유롭고 좋기만 하거늘 말이다. 물론 누군가가 보기에는 버새로 보이지만은, 또 누군가에게는 조금도 누릴 수 없는 행복한 선택일 테이니 말이다.


이상 재미있는 연변말 16탄-버새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검



2023년 4월 12일 오후 5시 26분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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