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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badger Sep 03. 2021

'서른다섯, 직업을 바꿨습니다.'
출간 후기

나의 첫 책



'서른다섯, 직업을 바꿨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첫 책이 나왔다.

처음은 적당한 두께의 ‘책’이라는 사물을 가지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프리랜서가 되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제는 내가 서른 다섯에 직업을 변경하기로 마음먹고 바꾸는 과정에 대해 쓰기로 했는데, 그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만 살아왔던 내 인생에는 딱히 그 이상의 이야기거리가 없었기때문이기도 했다. 

20대엔 책에도 별 취미가 없었던 터라, 글을 쓰려고 해도 아는게 많이 없어서 여러 책을 읽어봤다. 프리랜서들의 에세이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인 책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같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내가 보통이 아닌 일을 마음먹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책도 작가 자신만을 위해 쓰여진 책은 없었고, 작가가 책을 통해 건내는 메시지에 따라 내 생각도 바뀌는걸 느꼈다. 그저 책이라는 사물을 원하는 단순했던 마음에 예비 독자라는 사람들이 들어오니 엄청난 부담감도 생겼다. 책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작가의 모든 순간에 읽는 나도 같이 있었다. 

고민을 했다. 책쓰는 건 포기하는게 좋지 않을까……

써야하는 내용이 하필 직업과 진로에 관한 것이라 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미래에 작게라도 영향을 미칠 생각을 하니 겁이났다. 

‘그래도 쓰자’라는 마음을 먹은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아는 입장에서 내 기록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마음을 좀 비장하게 먹고 최대한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글을 쓰기로 했는데, 늦은 나이에 진로를 바꾸는 고통과 내가 직업을 바꾸고자 마음먹은 계기, 과정을 거짓없이 들려주는 게, 나에게도 내 책을 읽을 독자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에세이는 가벼운 내용이나 위로, 힐링이 대세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러지 않기로했다. 서른 다섯에 작게라도 이루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업을 바꾸는 게 절대 가벼워질 수 없기도하고, 내가 겪은 과정은 괴롭고 힘든 부분이 많았기때문에 억지로 가볍게 쓰고싶지는 않았다.

처음써보는 글에다 나에겐 너무 무거운 주제라 적은 분량이었지만 쓰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책을 쓰고 있을 때, 첫 의뢰를 받아 일과 병행하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도 있다. 표지가 들어가고 편집까지 거쳐서 내 첫 책을 받았을 때는 어찌나 신기하던지…….

SNS에 출간 소식을 올리자 내 또래로 짐작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놀라웠던 점은 그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책을 찾는 사람들의 무거운 마음을 알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어수선하고 암담하고 붕 뜬 그 마음……. 그 과정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사실 잠을 잘 잘 수도 없었다. 열심히 썼던 내 책이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리뷰가 달릴까봐. 손톱도 물어뜯고, 다리도 떨면서 들락날락 인터넷 서점 사이트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리뷰들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첫 리뷰가 ‘잘읽었습니다’여서 조금 안도가 되었다. 마음이 훨씬 더 편해진 것은 얼마 후, 내 sns계정으로 책을 읽으신 분이 책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해주신 탓이었다.

책을 쓸 때는, 쓸 때의 부담이 있었고, 출판 그 후는 그 나름의 부담이 따로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책을 적으면서 한시도 변하지 않았던 마음은 있다. 내 경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니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고 내 책을 읽었는데, 독자들이 지불한 돈과 시간이 헛수고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네모난 사물(책)을 가지고싶다는 생각을 최초로 했을 때를 제외하고 모든 순간에 이와 같은 바람이 있었다. 이미 글이 내 손을 떠나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는 고치지도 못하지만, 이 마음만큼은 책을 읽거나 읽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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