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OD Insights] 책<경영의 실제>
한때 피터 드러커의 책을 많이 읽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내 마인드셋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경영과 리더십을 좋아하게 만든 분이기도 하다. 조직문화나 리더십 같은 주제를 기능적 HR보다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보려는 이유도 그 당시에 읽었던 피터드러커 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피터드러커를 제대로 이해했을까? 그렇지 않다. <자기경영노트><프로페셔널의 조건>과 같은 책들은 자기 계발이나 성장, 직업윤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경영의 실제>처럼 경영자의 관점에서 쓰인 책들은 읽기는 했고, 좋은 내용이란 생각은 했지만, 최근까지도 '진정으로'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겉핥기에 가까웠다.
2016년 이후 스타트업에 오고 나서, 피터 드러커는 다소 멀어졌다. 그 대신 더 트렌디하고, 힙한 스타트업 책들을 읽었다. <하드씽><실리콘벨리의 팀장들><제로투원> 등 다들 좋은 책이고, 지금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책에서 말하듯, 기존의 조직과 스타트업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흥미로웠고, 더 탐색하고 싶어서 스타트업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허함도 있었다. 특히 "스타트업은 일단 성장해야지." "당연히 빠르게 성장하고 J커브를 그려야지"라고 쉽게 말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조직을 경영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은데, 왜 스타트업이라는 특수성을 너무 강조하려 할까?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놓쳐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조직을 경영하고 변화시킨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본질적으로 사고하고 싶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위시로 한 급격한 수요의 변동과 과도한 투자 열풍이 끝나고, 스타트업의 많은 조직들이 잔잔해졌다. 그리고 최근에 나는 스타트업에 대한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주로 역사나 경영에 대한 클래식한 책들을 읽는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다시 쥔 책이 <경영의 실제>다. 읽으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형광펜을 긋고 있다가, 몇몇 문장을 옮겼다. 워낙 주옥같은 문장들이지만, 맥락에 맞춰 조금씩 변형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경영자는 자원을 생산적으로 변환시키는 사람이다. 기업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특별한 책임을 맡으며 현대 사회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진정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것이 바로 경영자가 세상에 등장하자 그렇게도 빨리, 그리고 거의 아무런 저항도 없이 성장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우린 종종 경영자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영자는 지금의 시대가 낳은,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자, 자원을 생산적으로 변환시키는 사람이다. 앞으로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좋은 경영자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현대 사회의 발전은 경영자의 능력과 책임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들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오직 경영자가 행동할 때에만 의사결정하고, 활동을 하고, 또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경영자가 없는 기업 그 자체는 목적을 달성하는 실체가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기업이 사회적 기관으로서 존재하고 또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영자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이 목적하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경영자는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경영자의 일은 '의사결정'이다. 실무를 못해도 결정을 잘하면 된다. 반대로 실무를 아무리 잘해도 결정을 못하면 CEO로서 자격은 없다. 하지만 '결정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사전에 훈련받거나, 교육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영자의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경영자는, 어떤 의사결정과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경제적 성과를 첫 번째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영자는 스스로의 정당성과 권위를 오직 그가 생산하는 경제적 결과에 의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 경영자가 수행하는 활동 가운데는 비경제적 결과들(non-economic results)도 많다.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하고, 지역사회의 복지를 향상하고, 문화를 창달하는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경영자가 경제적 성과를 생산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는 경영자로서 실패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이 원하는 재화와 용역'을 '고객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경영자는 실패한 것이다.
너무 중요한 문장이라 여러 번 줄을 쳤다. 경영자가 해야 할 Top Prioty는 '경제적 성과'다. 물론, 경제적 성과 창출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도 있지만 그 또한 경제적 성과를 기반으로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 수 있어야,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듯.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은 곧 경영의 실패를 의미한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선 '매출'이 신이다. 어떤 핑계도 없다.
기업이란 원칙적으로 '조직에 투입하는 모든 자원'보다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합한 것보다도 더 커야 하고, 기업의 산출물은 모든 투입 요소를 합한 것보다도 커야만 한다. 이 과정은 자원들을 기계적으로 집합하기면 하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업의 다양한 자원 중, 확대와 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뿐이다. 다른 모든 자원은 기계의 법칙을 따르며, 투입보다 더 큰 산출을 제공할 수 없지만, 오직 인간만이 성장하고 또 발전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정의로서, 이보다 본질적인 표현이 있을까? 기업의 본질은 '인풋'보다 더 가치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모든 자원들을 활용하여 단순히 기계적인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자원보다 인적 자원이 중요하다. 부서 및 구성원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경영자에게 있다.
우리는 '리더십'에 대해, 그리고 '기업의 정신'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리더십은 경영자가 발휘하는 것이고, 일차적으로 경영자들만이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 즉, 기업의 정신은 곧 경영자들의 정신이다.
우리는 기업의 '목표'와 '성과'에 대해 말한다. 마찬가지로, 목표와 성과 또한 경영자들의 것이다. 만약 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다른 근로자들을 새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을 갈아 치운다. 그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다.
기업 문화, 리더십, 경영의 요체는 경영자다. 종종, "왜 조직의 중요한 결정들을 탑 다운으로 결정하냐"는 구성원들의 불만 아닌 불만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 결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의 흐름을 예측하고, 비전과 방향성을 잡고, 단기 목표를 설정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세부적인 것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지만, 큰 방향성만큼은 그럴 수 없다. 그렇게 경영자가 자신의 역할로서 의사결정을 하고, 그 성과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과가 나오지 못할 때, 책임을 묻는 것 또한 경영자일 수밖에 없고.
경영자가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당면한 위기를 무시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더불어, 큰 경제적 결과를 만들지만, 뒤로는 잠재력을 소진하여 급속히 침몰하는 화물선만 남겨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임 있는 경영이란, 현재와 미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경영자의 첫 번째 할 일은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경제적 성과에 집착하거나 매몰되면, 그 또한 경영자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을 잊은 것이다. 경영자는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HR로서 늘 맞이하게 되는 딜레마이자, 현명하게 극복하고 싶은 어려운 문제다. 최근 하니웰 CEO가 쓴 이란 책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 딜레마를 잘 해결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기술은 경영자들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단순한 기능공으로 대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 반대로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경영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오늘날 평사원으로 간주되는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경영층이 수행하는 수준의 업무를 떠맡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대다수의 기술자들이 경영자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고, 경영자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또 생각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내가 경영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영자'가 되거나, 혹은 '경영자적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이 만들어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내가 만드는 직업만이 유일하게 스스로를 지켜줄 것이다. 그나저나 피터 드러커는 그 옛날에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까? 진정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시대를 넘어 본질을 꿰뚫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업이 무엇인지를 알기 원한다면 우선 사업의 '목적'부터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타당한 정의만 존재한다.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곧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즉, '시장'은 신, 자연, 시대, 그 누구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수많은 사업가들이 만들고, 그들은 고객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채운다. 어쩌면 고객의 니즈는 잠재되어 있을 수도 있고, 명백히 드러나 있을 수도 있지만, 상황이 어찌 되었든 사업가는 그 기회를 포착해서 고객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사업가가 생각하는 '자사의 생산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사업의 미래와 성공에 있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구입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즉 고객이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사업이란 무엇인지를, 사업이 무엇을 생산하는지를, 그리고 사업이 번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고객은 사업의 토대이고 사업을 존속하도록 해준다. 고객만이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회가 '부를 창출하는 기능'을 기업에 맡기는 이유는, 기업만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생산품은 Output이고, 그로 인해 고객이 가치로 느끼는 것이 Outcome이다. 고객 가치를 체감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조직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Outside Perspective를 굉장히 강조한다. 사업을 스스로 정의하려고 해선 안 된다. 외부에서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성과를 정의할 때도 스스로 정의하면 안 된다. 성과는 외부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