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북클럽 <탁월함의 조건> 3번째 책: 익스트림 팀
지난주 목요일, 세 번째 트레바리 모임이 있었다. 이번에는 『익스트림 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난히 ‘모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관계와 성과, 강박과 자율, 냉정함과 배려, 현실과 이상 — 정답이 없는 주제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관점의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지난번 책 『성과를 내려면 실행하라』는 명확하고 시원한 책이었다. 설득력 높은 프레임워크를 제시했기에 개념의 옳고 그름보다 ‘실행의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 반면 이번 책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다소 이상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를 다루기에 꽤나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조직이 있는데, 그 관계가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는 것.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온 문화를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는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경력직이 잘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능력은 기본이고, 기존 조직과의 조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은 입사 후 1년 동안 “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입사 초기부터 이런 기대치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조화는 어느 한쪽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의 준비’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강박과 집념이 절대선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적절한 위기감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번아웃이 온다. CEO와 HR 담당자들의 시선이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위기감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인상 깊었다.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었다. 결국 위기감의 공유는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단호함과 결의를 보여주되, 설득은 데이터로 해야 한다. 등등 결국 리더십은 논리와 감성이 모두 작동해야 완성된다. 쉽지 않지만, CEO가 꼭 해야 할 책무다.
“나는 성과 중심인가, 관계 중심인가?”라는 주제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그 중에서 하나의 사례로서 “생각은 냉정하게, 말은 부드럽게”라는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CEO도 결국 사람이고 편한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 하지만 원하는 성과를 위해선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상태’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한다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리더의 고충이 느껴지는, 멋진 사례였다.
이날 나는 메튜 켈리의『친밀감의 7단계』를 소개하며 짧은 미니 강의를 했다. 관계의 친밀함에는 단계가 있다는 내용이고, 그것은 아래 7단계로 구분된다.
1. 상투적인 대화(Cliché)
2. 사실의 공유(Facts)
3. 의견의 공유(Opinions)
4. 꿈과 희망(Dreams and Hopes)
5. 감정의 공유(Feelings)
6. 결점, 두려움, 실패의 공유(Fears, Failures, Weaknesses)
7. 진정한 필요의 공유(Legitimate Needs)
많은 조직들에서 대화는 어떻게 이뤄질까? 1~2단계, 즉 상투적인 대화와 사실의 공유 수준에서 머문다. 굳이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때부터 더 ‘위험’할 수 있고, 더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협력은 그때부터가 아닐까?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바라는 것을 표현하며, 감정까지 공유할 수 있을 때, 그 밀도 높은 관계가 결국 탁월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게 아닐까?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걸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탁월한 리더, 그리고 탁월한 조직’을 추구한다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기꺼이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클럽 제목이 '탁월함의 조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 물론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모임도 유익했다. 탁월한 조직은 단순히 ‘성과만 내는 곳’도, ‘좋은 사람들만 모인 곳’도 아니다. 이분법을 넘어, 관계와 성과라는 모순을 함께 껴안는 조직이다. 결국 리더십의 여정은 "이 모순을 어떻게 조율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가"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마지막 모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