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팀의 리더십] 8부. 성과관리 루틴
성과 관리는 어렵다. 목표 관리는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OKR이나 SMART 목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꾸준히 실행하며 팀을 운영하는 사람은 드물다. 목표 설정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과의 괴리 때문이 아닐까. 목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그것은 그저 의무로 전락하고, 팀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목표가 아닌 "지난달에도 했고, 어제도 했던 일"에 집중한다.
전사적으로 얼라인 된, 연간, 반기, 분기 목표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팀과 개인 레벨에서도 보다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혼자가 아닌 팀으로서 성과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성과관리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회사가 장기적인 방향성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막 팀장이 된 분들에게 적절한 성과관리 방법을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좀 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과관리의 본질은 평가가 아니라 ‘집중’이며, 그렇기에 ‘우선순위’와 ‘얼라인’이 사실상 전부다. 어떻게 해서든, 팀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리게 하면 된다. 하나씩 알아보자.
매달, 팀원들과 함께 “이번 달의 우선순위 3개”를 정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팀의 맥락이나 방향성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회사는 BEP를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출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전달되어야 한다.
우선순위에는 ‘일상적인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 해묵은 문제 해결, 혹은 기존 프로세스 개선 등 ‘전략적 업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팀원이 제시한 우선순위가 리더의 방향성과 같다면 간단하다. 그다음,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진다. “좋아요. 해당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한번 공유해 주세요.”
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리더가 미리 조율해야 한다. “제 생각에는 세 번째 우선순위가 1순위로 올라와야 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물론,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충분한 맥락으로 설득하는 것이 좋다. 이 짧은 대화를 통해 팀원들 모두 팀의 방향성을 얼라인하게 된다. 거창한 프레임이 아니라, 이런 의견의 차이를 다루는 것에서 성과관리가 시작된다.
처음 팀장을 맡게 되면 “내 주장에 팀원들이 반감을 느끼면 어쩌지?”를 걱정하게 되고, 우선순위 조정을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비판을 받더라도, 명확하게 우선순위를 정의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기대치를 애매하게 전달하다가 결국 돌아가는 것보다, 초반부터 명확하게 소통하는 편이 훨씬 낫다.
계획은 분기나 월 단위로 세우지만, 실행은 주 단위로 이루어진다. 성과관리 실행의 핵심은 바로 ‘주간 미팅’이다. 개인적으로 팀 회의에서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루틴도 ‘주간 회고’다. 매주 한 번, 팀원들과 함께 “이번 주에 의미 있었던 성과, 아쉬운 성과, 그리고 배운 점”을 이야기한다. 역할이 다른 팀원들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은데, 회고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할 때는 분위기가 가라앉기 쉽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프레임 전환’이다. 물론 잘못한 점이 있다면 명확히 피드백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이유를 듣고,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주간 회고는 '다음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기회가 된다.
그다음, 다음 주의 우선순위를 세 가지로 정한다. 리더와 팀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는데, 이때는 충분히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실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을 명확히 한다. “주중에 1순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할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리더에게 공유한다.”
이는 단순한 약속 같지만, 실행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팀이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일상업무’가 중요하고 전략적인 업무들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고성과 리더는 팀원들이 ‘1순위 업무’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챌린지하고, 곁에서 지원한다. 만약 팀원이 “다른 일 때문에 1순위를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면,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
“그 업무는 지연해도 괜찮아요. 제가 책임지고 다른 팀과 조율할게요. 대신, 원래 하기로 한 1순위 업무는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해주세요. 혹시 어려운 점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세요.”
결국, 리더의 성과관리란 팀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팀원이 가장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렇게 해서 ‘기존 방식으로는 할 수 없었던 성과’를 만들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팀의 체질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진짜 성과관리다.
성과관리는 보통 ‘주간 정기미팅’에서 운영되지만, 지속가능한 팀 운영을 위해서는 ‘1:1 미팅’도 필요하다.
팀 정기미팅을 통해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얼라인을 맞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대일수록 ‘개인화된 피드백’을 기대한다. 광고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것이 맞춤형인데, 피드백만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을까? 리더 역시 그 기대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 1:1 미팅에서는 ‘몰입도’와 ‘협업의 어려움’ 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맥락을 깊이 들여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요즘 업무에는 몰입이 잘 되고 있나요?”
“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자원의 부족함은 없었나요?”
1:1 미팅을 굳이 매주 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격주를 선호하지만, 팀원이 많을 경우 ‘한 달에 한 번’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분기나 반기로 늘어지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특정 프로젝트를 깊게 들여다보며 꼼꼼하게 피드백을 제시할 때도 있고, 가끔은 경력 개발에 대한 대화만 할 때도 있다.
회의의 목적을 정리해보자. 팀 미팅은 “무엇을 언제까지 할지” 일 그 자체를 다루고, 1:1 미팅은 “왜 잘 안 되는지,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일을 둘러싼 맥락을 다루는 자리다. 결국 팀 성과가 나오지 않는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다. 낮은 몰입도, 비효율적인 협업 방식, 그리고 불분명한 우선순위. 이 중에서 우선순위는 비교적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몰입도나 협업은 미묘할 때가 많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1:1 미팅에서 이런 문제를 꾸준히 파악하고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강력해진 팀을 만나게 될 것이다.
초보 팀장에게 성과관리란 ‘완벽한 목표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저 팀이 같은 방향으로 집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최근 이런 주제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리더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 글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리더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