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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21. 2016

<그냥, 며칠간의 일기>

특별한 일 없는 그냥 평범한 며칠간의 일기.

 며칠간 있었던 여러 일을 일기로 써보려고 한다. 오늘이 21일, 목요일. 그런데 17일 일요일에 머리가 많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랬다. 몸이 안 좋구나 싶었다. 별생각 없이 '자면 좀 낫겠지?' 싶어서 계속 잤다. 그러고 나니 좀 낫길래 ‘몸이 안 좋아서 그랬구나..’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월요일에 일어나 보니 얼굴이 한쪽이 부어있는 거다. ‘살이 찐 건가? 이가 상했나?’ 혼자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살이 쪄서 얼굴이 부은 게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몸무게를 재봤다. 아니다. 몸무게는 그대로다. 그리고 사실, 부은 게 살이 쪄서 부은 느낌이 아니라 퉁퉁 부은 느낌이었다. 이게 도대체 뭔지 찾아보다 보니, 내가 ‘볼거리’라는 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맞네. 볼거리의 증상과 현재 나의 증상이 모두 일치했다. 원래 볼거리는 2주 정도 잠복기가 있고, 원래 ‘볼거리’에 걸리면 두통도 있다고 했다. 볼거리가 뭔지도 정확하게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런 병에 걸린 자체도 처음이지만, 얼굴 한쪽이 붓는 것도, 입을 벌릴 때마다 아픈 것도, 볼과 입 안까지 붓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한쪽만 붓는 게 아니라 옆 쪽까지 붓는다고 나오길래 걱정이 됐다. 원래는 정말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편인데, 이번엔 병원에도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타서 왔다. 볼거리가 맞다고 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데, 병원에 갈 때 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쓰고 가서, 부은 얼굴이 많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볼거리가 맞다고 하니까 약만 먹으면 크게 별 일 없이 지나간다는 말에 안심이 됐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 와중에 병원의 모든 분들이 다들 참 친절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선하고 친절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아빠에게 말하니,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렇게 친절하면 한 번 갈 걸 두 번 가게 된다고... 음.. 병원에 두 번 가는 게 크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다들 친절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약을 먹고 바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목요일인 지금은 퉁퉁 부은 것도 거의 다 빠지고, 다른 사람은 잘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거의 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요양만 하고 있어야 해서, 뭘할까.. 하다가 혼자 염색을 했다. 원래는 갈색머리였는데 갑자기 긴 생머리에 흑발이 예뻐 보이는 거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어두운 색이라서 어려울 것도 없고 얼룩질 일도 없어서 쉽게 했다. 다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너무 심하게 까맣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니, 흑갈색으로, 그것도 15분만 바르고 있었는데도 이 정도인데, 만약 흑갈색이 아니라 흑색으로 했으면, 지금보다 더 까맣게 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하냐며 혼자 염색약의 정보를 계속 찾아보았다. 그. 런. 데. 알고 보니 염색약이 ‘새치용’이었다. 이럴 수가..... 그래. 정말 너무 까맣다 싶었지. 뭐, 그래도 괜찮아. 처음에 원했던 거잖아. 긴 생머리에 흑발. 처음에 원한대로 된 거니까, 마음에 들었다. 거울을 보니 부기는 이제 거의 다 빠져가고 있다. 기분이 좋았다. 들뜬 마음에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커다란 것을 사서 동생에게 보냈다. 잘먹겠다는 대답 한 마디로 끝나는 동생을 보며 경상도 남자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아빠가 오셨다. 아빠와 볼치기, 염색 등등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야구 이야기가 나왔다. 아빠가 야구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빼놓지 않고 말씀하시는 동료 분이 계시는데, 나도 아빠에게 정말 자주 들어보았을 정도로 아빠와 친한 회사 동료분이시다. 그분이 야구를 좋아하시는 건 나도 아빠에게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분은 지금도 혼자 야구를 보러 다른 지역까지 가셨다고 하셨다. 지인과 함께 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다른 지역까지 야구를 보러 간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는 웃음 지으셨다. 아빠 역시 워낙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시다 보니 그 삼촌을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 야구처럼 그렇게 순수하게 빠질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도 참 좋고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취미’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나의 취미인 피아노가 생각났다. 문득 피아노를 치고 싶어 져서 한참을 피아노를 치고 나니 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시간은 이렇게 금방 가는거잖아. 며칠 금방 지나갈텐데 뭐. 볼치기도 이제, 약도 먹었고 주사도 맞았으니까 뭐. 이제 며칠 있으면 완전히 다 회복될 테니, 괜찮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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