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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Jun 28. 2024

늙어가는 사랑에 대하여

연애*사랑*결혼 (마왕의 생각)

그룹 ‘Who’는 자신들의 노래 ‘My Generation'에서 늙기 전에 우리 세대가 가기 전에 그냥 빨리 죽자, 이렇게 노래를 했습니다. 늙는 것, 나이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 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 같아요. 물론 주민등록증 나오기 전에 그 시기에는 빨리 한 살이라도 더 먹어야지 그리고 빨리 한 두 살 더 먹어서 유흥업소를 떳떳하게 출입해야겠다,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사람이 늙어서 허리가 구부정해지거나 아니면 오는 주름 못 막는다고 그러던가 하여간 뭐 그렇지 않습니까. 주름살 생기고 그러는데 주름살 생긴 사람이 예쁠 수도 있다라는 건 꿈에도 생각을 안 해봤어요. 사람이 주름살 생기면 추하지. 어우 난 그렇게 되면 먼저 자살할지도 몰라 이렇게 입방정도 떨고.


근데 공원벤치나 이런 데서 노부부가 손을 딱 잡고서 서로 그 주름진 손을 쓰다듬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 저 나이게 되면 나도 저기에 저런 느낌이 들 것인가, 지금 같으면 이렇게 쓱 잡아봤다가 탱탱한 옛날의 그 영숙이가 아니고 ‘오잉! 주름졌잖아’ 손 삑 뺀 다음에 모른 척 모른 척 이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 ‘하이랜더’를 보면 이런 게 있죠. 여기 나오는 인간들은 무슨 부류냐면 영원히 사는 종류, 죽을 수가 없는 그런 부류들인데 지들끼리 또 찾아내서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목이 잘려야만 죽기 때문에 총 같은 건 소용없고 칼로 싸워야 되는데, 이 주인공 하이랜더가 몇 백 년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살 때 와이프가 한 명 있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서 산속에 짱박혀 살자, 그리고 둘이 스코틀랜드의 그림 같은 배경 속에서 한평생 삽니다. 근데 문제는 여자는 한평생 살았는데 남자는 전혀 안 늙는 거죠. 그래서 여자가 늙어서 죽을 때가 되니까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자신의 한평생을 같이 지낸 아내를 쳐다보는데 자기 얼굴 주름져서 밉다고 보지 말라고 그래요. 근데 그 할머니인 겉모습의 아내와 젊은 남편이 있는 그 장면에서 왠지 모르게 뭉클뭉클 했었어요. 완전히 주름살이 진 파파할머니가 된 그 자기 여자를 쳐다보는 눈빛이란 게 있잖아요.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아직도 예쁜 그 표정으로 할머니가 된 연인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글쎄 뭐 10대 시절의 사랑, 20대 시절의 사랑도 괜찮고 그리고 40대 사랑이라고 그러면 왠지 모르게 불륜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만 50대, 60대? .. 모르겠네요 그쪽은 아직 안 살아봐서. 10대 때 가슴 두근두근하던 느낌은 평생 다시 받을 수 없는 거 같아요. 20대 가서 정말 진짜 내 사랑을 찾으면 그 떨리던 느낌이 다시 나타날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밤새도록 별로 뭐 친한 사이도 아닌 미팅에서 한번 본 여자애보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던 그 느낌은 다시 돌아오진 않더군요. 근데 그 느낌이 줄어들어서 초라해진 것은 아니고 두근두근과 콩닥거림이 줄어든 자리에는 또 다른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쌓이더라고요.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느긋하게 편안하게 그리고 예전보다는 실수도 좀 덜하고 상대 마음도 덜 아프게 하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만일 30년 40년 50년 60년 이렇게 같이 지낸다면 그렇다면 저도 그 주름진 손을 쓰다듬고 검버섯이 핀 얼굴에 뽀뽀도 하고 그럴 수 있겠죠.


만일 두 사람이 하이랜더란 영화에서처럼 영생이라서 둘이서 앞으로 최소한 50조 년을 같이 지내야 된다고 생각하면 지금 같이 있는 시간단위는 굉장히 하잘 데 없어질 테고 그리고 긴장감도 사라질 테고 둘이 있는 시간이 소중해지지가 않겠죠. 그러고 나서 누가 영생을 바라겠어요. 오래 살아서 영원히 살아서 자기 사랑하는 사람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남아서. 그죠? 꽃이라는 게 1년 사시사철 피어있으면 그거 진짜 매력 없지 않겠어요? 봄에는 지고 가을에는 져 줘야 되는데 이게 엄동설한이든 눈이 오든 계속 꽃이 ‘안녕하세요? 저 아직 펴있어요’ 방실방실 웃는다면 닭살이겠죠. 뭐.. 그렇다구요.



@ 2001.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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