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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는데 정말 그럴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난 정말 이제까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내가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현재까지 계속 고민하고 있고. 근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까 좋아하는 일은 정말 좋아하는 일로만 남겨 둬야 하는 거잖아. 그럼 직업을 뭘 택해야 되나?
그냥 상황에 주어지는 돈 잘 버는 거 그런 거 택하면 되나? 근데 이것도 사실 재미없잖아. 좋아하지도 않은 거 돈 벌려고 하는 거면. 에이 그러면 결론은 좋아하는 거 해도 재미없어지고 안 좋아하는 거 해도 재미없는 거면 뭘 택해도 뻔한 건가? 이 말에 대해 마왕의 의견을 듣고 싶어.
마왕은 음악을 정말 좋아서 한 거잖아. 뮤지션을 직업으로 하니까 좋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누가 그래요? 아직도 재밌구만.ㅎㅎ
이 말을 반드시 참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아주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과정은 의외로 대부분이 직업으로 삼으려는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직업이 되어버리는 그런 경우도 참으로 많은 데다가, 어느 날 정신 차려봤더니 이게 직업이더라는 거죠. 오잉? ㅎㅎ
또 ‘좋아한다’라는 말의 의미도 여러 가지로 풀어볼 수가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나 아기 좋아해. 아기의 어떤 것을 좋아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은 아이가 방실방실 웃고 예쁜 짓 하고 착한 순간을 좋아하지 아이가 미운 짓 하고 울고 때 쓰고 땡깡 부릴 때 아이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애가 애교떨고 귀엽고 이쁜 짓 하고 그 잠깐의 순간에는 좋아하다가 조금만 애가 울상 짓고 앵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획 돌리는 사람을 ‘아이를 좋아한다’라고 말을 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좋아한다’라고 함은 인간인 이상 새벽 3시에 애가 빽빽 울 때는 분명히 짜증은 나겠으나 그래도 최소한 아이의 한 단편만을 좋아하는 것만을 가지고 ‘나는 아이를 정말로 사랑해!’라고 얘기하면 안 되는 것처럼, ‘영화를 좋아해’라고 할 때는 그 영화 안에 담겨 있는 애정이라는 것이, 또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해라고 할 때는 그 안에 있는 부정적인 면마저도 어느 정도는 끌어안고 감수를 하면서까지 좋아하는 이런 사람들에 한해서 이야기가 되는 걸 겁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라는 이 문장도 뜯어서 이야기를 면밀히 한번 정확하게 해 보자 그러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요 문장을 가지고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여기에서 지금 ‘좋아하는’이라는 단어를 하나 분석을 해 봤습니다. ‘좋아한다’라는 의미가 어떤 건데? 자 그다음에는 ‘직업으로 삼는다’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애매하다고 말씀을 드렸죠. 근데 또 직업과 취미 사이에 그 균형이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직업은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낮에 직장을 나가는 것은, 어떠어떠한 분야의 일인데, 퇴근 이후에 자기가 하는 취미가 사실은 정신적인 중심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나라 식민지 시대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각종 학교 교과서와 이런 종류를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몇 백 번 오가면서 수집을 했던 한 일본인의 경우, 그 사람은 낮에는 돈을 버는 직업은 전혀 다른 쪽에 있었는데 문서를 다루고 관리하고 수집하고 보관하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가 될 정도로 연구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결혼도 못 했구요. 집 전체의 장소를 책을 보관하고 관리하고 이런 용도로 평생을 사용했구요,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자기가 일을 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채용해서 할 수 있는 이런 중요성의 일을 가지고 직업을 해서, 거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연구비로 사용을 했는데, 밤에 자기가 퇴근을 해서 하는 취미는 자기가 일생을 걸쳐서 세우고 있는 계획이 있었고 1년, 2년, 5년, 10년, 15년에 걸치면서 자기 일생에 업적이라고 불릴 만한 일은 취미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그런 다음에 자기의 수집품이 어느 정도 연구 성과를 얻고 나자 이것을 한국 사람들한테 반납을 하면서 좀 더 전문가들이 연구목적에 써달라고 이야기하면서 평생에 걸친 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들을 원래 주인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대로 반납을 해버렸습니다. 자 이 사람이 사후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에 남을까요? 이 사람은 어떤 일을 한 사람이라고 묘비명에 적힐까요? 사람들은 이 사람에 대해서 문서연구가나 수집가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자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은 문서 연구 및 수집가로서 평생 돈을 한 푼도 못 벌었어요. 1원 한 장 번 적이 없어요.
우리는 학교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또는 자아실현 이렇게 여러 가지로 겹쳐서 이야기를 하는데, 생계유지 목적과 자아실현 목적이 합치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가장 좋은 경우는 생계유지와 자아실현을 같은 지역에서 하는 사람. 어떤 직업을 하는데 그게 내가 살고 있는 목적이며 그 목적을 위해서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내 입에 밥을 넣어준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노력을 하죠. 그런데 도박도 이길 확률이 1/3 안되면 미쳤다고 누가 하냐고요. 그렇게 될 확률이 얼마나 있죠 우리 인생에서? 희박하단 말입니다. 많지 않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다음으로 우리가 생각을 해 봐야 될 게 양립이거든요. 내가 자아실현과 뭐 이런 것들을 위해서 그게 뭐 어떤 내 종교생활일 수도 있고 내가 따로 연구를 하는 걸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고 있는데 그걸로는 돈은 못 번다. 그러니까 직업으로 내가 생계를 유지하고 이러는 것은 그래도 내가 싫어서 몸서리를 치는 거는 아닌 직업.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같이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것을 직업으로 갖고, 내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뭔가 또 다른 것을 시도하는, 이렇게 분립하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놀랍게도 너무나 현실적인 이 방법에 대해서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그 방법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예 고려를 하질 않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은 스케일이 크고 거창하고 위인전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조분조분 차근차근 가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요. 아까 문서연구가 이야기를 다시 봅시다. 이 사람은 나중에 직업 문서 연구가 및 수집가로서 사람들한테 인식이 될 거예요. 그런데 그건 업적 상으로는 그렇지만 돈 번 걸로 따지면 땡이라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 많습니다. 바로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위해서 자기가 일생 벌어들인 돈을 생계유지 말고 모조리 꼴아 박거나 심지어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까지 박으면서 뭔가 하나를 해내고자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다.
자 그러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이 문장 중에서 ‘직업으로 삼으면’까지 갔죠? 자 그러면 ‘재미가 없어진다’. ‘재미’가 뭔데요? 뭐가 재민데요? 어디서 얻어지는 성과물, 결과물에 대한 재미일까요 과정에 대한 재미일까요? 그리고 성과에서의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때의 재미일까요 아니면 부정적인 성과가 나와 버렸기 때문에 당혹하면서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하는 그 과정에서의 쾌감. 이런 건 없느냐. 이런 것들이 생각 외로 많은 가치들을 가지고 있어요. ... 과정에서 얻어지는 재미는 되게 오래가고 결과로써 얻어지는 재미는 생각보다 굉장히 짧게 간다. 이런 것들을 경험상으로 배우면서 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직업을 삼는다 함은 결과에서 얻어지는 재미에 집착하는 사람은 직업으로 못 삼죠. 그럴 경우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게 불행하다는 건데. 그럼 그런 사람들은 또 자기만 괴로운 게 아니고 주위 사람도 괴롭혀요. 자기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여서 주위를 괴롭히거나 주위 사람을 원망하거나 자기를 왜 안 말렸냐고 이런데두요. 뭔가를 직업으로 삼는다면 ‘너 이거 하다가 꼴라당 안 돼서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아?’ 이 질문에 대해서 OK를 하니까 시작을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 없어진다’라는 문장은 그래서 천 가지 만 가지 문장으로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다 자기한테 달려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현재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글들을 죽 쓰셨는데, 자 요 뭐든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문장이고 정확하게 사실은 뭘 의미를 하는 것인지 한번 다시 쭉 생각을 해 보시면, 좋은 결론이 나오지 싶어요. 그렇지만 뭐 어떤 문제가 있으면 때로는 단순화하는 게 모든 것의 해답이라고 그러잖아요. 아주 단순하면 제일 첫 질문은 ‘너 뭐 좋아하는데?’ 근데 그런 다음 질문에 ‘근데 그것을 하고 살고 싶어?’가 따라가잖아요. 그렇다면 첫 번째는,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아직 중고생이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시기에는 그걸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라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내가 뭘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탐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걸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할 것이냐는 답은 사실은 내가 뭘 좋아하고 얼마나 좋아하느냐는 좋아하는 과정 속에 들어있거든요. 어떻게 그것을 실현시킬 것이냐는 답은 좋아하는 과정 속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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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입견에 빠지면 안 되는 것,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미치게 좋아하는 것은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팔방미인 밥 굶는다라는가 한 우물을 파라는 말 믿지 마세요. 여러 우물을 파다 보면 우물과 우물 사이에 통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여러 우물 파본 놈은 나중에 사막 떨어뜨려놔도 그 마른땅에서 여기서 ‘내가 새로 파지’ 딱 이런 얘기하고 그럽니다. 걱정 마시고, 좋아하는 게 있을 때는, 이걸 직업으로 할 수 있다 없다 하지 마시고, 좋아할 때는 확~ 좋아하는 감정에 몸을 맡기고 현실이니 뭐니 하는 얘기는 이렇게 슥 본 다음에 발로 팍 차버리고, 그냥 순수하게 ‘너무 좋아~~’ 하고 좋아하고 있다가 저것도 좋은데 그러면 저쪽으로 쫄쫄 가서 ‘이것도 좋아~~’ 이렇게 아기처럼 뛰어노는 것에 답이 있다고 봐요. 너무 어른들의 논리를,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이대고서야 뭘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이 활짝 자라겠어요.
@ 200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