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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3. 2024

잠 많은 여학생의 고민

진로*교육*미래

마왕, 학창 시절에 겪어봤다면 조언 좀 부탁해. 난 평범한 고1 여학생이야. 그런데 요즘 너무도 큰 고민이야. 

흔한 일이지만 잠이 너무 많이 와서 말이지. 

10분만 눈 부쳐보자 해서 쉬는 시간에 자면 다음 50분은 계속 졸려. 1교시는 1교시라서 졸리고, 5교시는 점심 먹고 배부르고 따스한 교실이 푸근해서 자고, 6교시는 집중 완전 안 되는 시간. 아닌가? 난 그렇던데. 7교시는 청소 끝나서 힘들어서 자고.

나 완전 이래서 고등학생 맞아? 고등학생 자격이 있을까?




뒤에 리플을 다신 분이 계십니다.

"이를 악물고 하길 바래. 세상엔 당신처럼 공부할 기회를 가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어. 내가 그런 아이들 중에 하나였기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해 주길 바래. 그 아이들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뭐.. 제 생각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이분의 충고가 도움이 된다라면 좋은 일이겠고..


제 생각은, 고등학생은 그런 거 아닌가?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자기가 삶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길을 정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뚜렷한 인생 목표와 부모와 정밀한 상담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자기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 같은 것들을 가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공부를 하고 뭘 하고 이러한 처지에 있기보다는, 그냥 뭐 소몰이 양몰이 당하는 이런 가축들처럼 고등학생이 돼서 그 안으로 몰려서 자기가 지금 무슨 공부를 해야 되는가라는 뚜렷한 목적 없이, 공부라는 것 사이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 보내고.. 


그렇지만 성격은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서 차라리 고등학생이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아파트 고층 옥상에서 시험 잘못 봤다고 투신자살을 하는 세상에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아이 졸려~' 계속 자는 성격 편안한 여학생이, 최소한 나중에 예를 들어 가정 주부가 되더래도 자녀들을 안달복달 달달달달 볶는 그런 어머니는 안 되겠네요. 푸근한 가정이 되겠네요. 

그것도 재주 아니에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눈 팅팅 불어가지고서 '몰르겠당~' 이러고 자는 것도 재준데, 그 푸근한 성격이 주위에 가족과 사회에 도움 될 일이 있겠죠.


글쎄, 공부를 어떤 사람은 굉장히 하고 싶어 하는데 환경이 안돼서 눈물이 쫄쫄 나는데 공부를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부를 할 환경이 되는데 공부를 할 의사도 없고 의향도 없고 공부에 재주도 없습니다. 그렇다라면은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에게, 공부할 기회가 있는데 공부가 되지 않는 친구들이 미안해해야 하나요? 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왜냐하면 그 공부할 기회나 환경이 되는 그런 친구들이 공부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 공부할 환경이 되지 않는 친구들의 그 환경을 가서 뺏어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그 친구들이 공부할 환경이 됐기 때문에 공부할 환경을 놓치고, 이렇게 뺏고 뺏기는 관계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것이 판명이 된 많은 학생들이 끝끝내 미련하게도 공부를 하지요. 그리고 공부를 할 능력이 안되는 것으로 판명된 학생들에게 강제로 과외를 붙이고 돈질을 해서 학교를 집어넣죠. 대학생이 된 다음에도 과외를 붙입니다. 심지어는 입사시험과외도 있더군요. 입사시험까지 과외를 붙여서 이제 들여보냅니다. 저래서 언제까지 과외를 붙일까? 부장 승진해도 과외를 붙일까? 상무 전무 승진해도 과외를 붙일까? 과외를 붙여서 끝끝내 될 수 있는 게 과연 어디까지일까. 자, 이 웬만해서는 포기를 해줘야 되는데. 그리고 다른 길 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 신이 인간이란 보석 같은 생명을 지상이 태어나게 했을 때는 이게 사파이어든 루비든 에메랄드든 자수정이든 아니면 나는 보석은 아니지만 너무너무 예쁜 그냥 조약돌이야 라고 하는 예쁜 돌이든, 다 빛나는 가치를 하나씩 내보낼 텐데, 공부 공부 공부~~ 그냥 그거 하나로 소몰이 양몰이 하다가 그거 안되면은 그 욕심 사납게 과외가 뭐야, 끝까지 밀어붙여가지고 가는데. 그 상황에서 평범한 고1여학생이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잔다고 해서, 공부할 환경이 되지 않는 공부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해할 건 또 뭐있노.


편히 주무세요. 저의 충고는 그거예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잠이 오거들랑 죄스러워하면서 고민하면서 '아우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서 주무시지 말고. 그냥 대자로 뻗어서 선생님한테 나중에 걸리든 말든 침 질질 흘리면서, 자려면요 편하게 자세요. 편하게.


그렇지만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잠을 잤다면, 그 대신에 방과 후에 학교만 마치면 눈이 반짝 떠지면서 굉장히 좋아하는 뭔가가 방과 후 일과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봐요.


학교 국사교과서는 그렇게 안 외워지는데, 레드제플린 세 번째 앨범 두 번째 곡 뭔지 알아? 이런 건 다 외워지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자기가 눈 빤짝빤짝하면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만 있다면, 1교시부터 7교시까지 푹 자요. 그 빤짝빤짝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편하게 주무세요 편하게. 



@200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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