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완벽주의가 낳은 밍기적거림

by 아림

새 해가 시작되고 5일이나 지났다.

흔한 새해 다짐도 카운트다운을 마친 이틀 후에나 겨우 적어냈다.

목표를 세우라는 말이 젤 어렵다. 세워봤어야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에 나를 내어 주고 살아온 시간이 길다보니 계획 세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난 항상 잘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상장도 제법 받고 중학교까지는 전교권 석차를 받기도 했다.

나름 괜찮았던 시절이랄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어느새 '완벽해야 한다'로 업그레이드(?)됐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결과를 상상했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으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효율적이라면 효율적인 선택이었달까.

그래서 나는 종종 준비만 하다 멈췄다.

공책은 새 것이었고 파일은 폴더만 만들어진 채 비어 있었다.

언젠가 제대로 할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은 아닌 것 같다는 핑계를 꽤 그럴듯하게 둘렀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성공할 일도 없었다. 뭐, 안전빵은 안전빵이었던 셈이다.

요즘 들어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하는 사람이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간다는 걸.

잘하려는 마음이 나를 묶을 때는 '잘 못해도 괜찮아'라는 쿨한 허락이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덜 미루는 사람. 덜 재고, 조금 더 움직이는 사람.

어설퍼도 끝까지 해보는 사람. 생각보다 괜찮은 목표 아닌가?

여전히 나는 완벽해지고 싶다. 다만 이제는 안다.

완벽은 출발선이 아니라 걷다 보면 가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라는 걸. 보너스 같은 거랄까.

오늘도 여전히 조금 밍기적거리지만, 그래도 키보드는 켰고 이 글은 여기까지 왔다.

이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잘한 일이다. 아니, 꽤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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