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쭌의 영감수집 Nov 22. 2024

담백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퇴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내 선택이 충동적이지는 않았을까?”,

“이 길이 정말 나를 위한 걸까?”


퇴사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결심이, 나와 내 주변을 덩달아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퇴사날이 왔고, 대표님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왔다. 퇴근하기에는 이른 시간, 햇살은 따뜻했고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스한 햇살 속에 스쳐 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내린 이 결심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기를, 그리고 조금은 담백한 삶을 살게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그때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이 떠올랐다.


사실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와 일상생활을 더 좋아한다. 하루키의 삶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 글이 잘 써지든 그렇지 않든 목표치를 넘기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딱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 오후에는 달리기를 하거나 수영을 하며 몸을 단련한다. 매일 조금씩 하던 달리기는 이미 전문가 수준으로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를 하기도 했다.


운동 후에는 지인 혹은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그의 루틴이 잘 지켜지는 이유는, 불필요한 만남은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매일의 규칙적인 습관은 단순히 작가로서의 성과뿐 아니라, 하루키의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나도 하루키처럼 담백한 일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루틴을 만드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요즘의 나는 새벽에 일어나 간단히 일기를 쓰며 그날의 기분을 점검하고, 아침의 적막함을 즐기며 에세이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고 하루를 시작하면 왜 인지 하루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후에는 운동을 하는데, 평일에는 헬스를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한다. 운동을 마치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그림공부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림공부를 마친 후에는 역사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어떻게 일러스트로 그려보지?라는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이렇게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작업실로 향한다.


집에서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어서, 공유오피스를 구해서 다니고 있는데, 최근 한 선택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작업실에 도착해서는 커피를 내리고 자리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저녁시간까지 이어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최대한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작업을 마무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지키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구성하고 나니, 불안한 감정보다는 그저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나를 발견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나는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일상의 변화들이 내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어, 언젠가 결실을 맺을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한걸음 내디뎌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