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즐기는 조선시대 일상 5화
새벽이슬이 맺힌 고요한 아침, 한 꼬맹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길을 나선다.
한 손에는 서당에서 먹을 도시락을, 다른 손에는 밤새 외운 내용이 적힌 얇은 나무쪽지가 담긴 나무통(죽첩경서)을 들고 있다. 나무통의 뚜껑이 바닥에 떨어져, 안에 들어있는 쪽지들이 떨어지려 하는지도 모른 채,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서당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런 꼬맹이의 옆을 따라가던 강아지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발을 맞춰 걷고 있다.
"에휴... 무슨 시험을 매일 보냐고... 매일."
아이의 한숨 섞인 한탄이 조용한 새벽공기 속에 희미하게 스며들며 퍼져나갔다. 강아지는 그런 주인의 얼굴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나무통에 시선을 고정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 보이는 쪽지들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이제 막 동이 트려는 하늘 아래,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반쯤 눈을 감고 걷는 아이와 그런 주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걷는 강이지의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때마침 하늘에서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 눈은, 아이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조선시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미니쭌 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서당 가는 소년과 강아지"를 일러스트로 만들어 봤습니다. 조선시대 양반가 아이들은 7~8세가 되면 서당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당교육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이 10~12시간 정도 수업을 받았고, 매일 오전에는 전날 배운 것을 훈장님 앞에서 직접 테스트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외울 것이 많았던 당시 학생들은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었는데, 그림에 나와 있는 죽첩경서라는 통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죽첩경서는 경서의 첫 구절을 적어 둔 작은 대나무로, 하나씩 펼쳐 보며 경전을 외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고 해요. 모양도 그렇고 나무통 자체가 너무 예뻐서 일러스트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서당도 요즈음의 학원처럼 설립과 폐쇄가 자유로웠던 만큼 각 마을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열이 높은 마을에서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학식이 높은 훈장을 초빙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마을에 정착하여 직접 서당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서당교육은 읽기, 쓰기 글짓기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읽기(강독)이라는 학습법이 중심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천자문 같은 것들을 큰 소리로 반복해서 읽었는데, 하루에 같은 글을 100번씩 읽는 반복 학습이 서당의 대표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서당에서의 일정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침 일찍 훈장님 앞에서 전날 배운 것을 검사받고, 그날 공부과제를 부여받는데, 오전과 오후에는 당일 배운 내용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읽고, 문장의 뜻을 파악하거나 쓰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저녁시간에는 지금의 토론 수업처럼 그날 배운 내용을 서로 묻고 답하거나 다음날 배울 내용을 예습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야간 수업도 있었는데, 이때는 훈장님도 함께 했으며,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해가 진 뒤에 촛불을 밝혀 책을 읽는 야독이 인기 수업 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교육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놀라웠네요.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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