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새해를 준비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한 해 동안 함께한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것인데, 다이어리를 다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새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금방 질리는 성격 탓에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사는 날이면,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그해 사용한 다이어리를 챙겨 집을 나선다. 새 다이어리를 구입한 후, 근처 조용한 카페에 들러,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조용히 한해를 되돌아본다. 다이어리에 적힌 기록을 통해, 내가 자주 했던 말, 하지 못했던 도전들을 되새기며, 다음 해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한다. 계획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새 다이어리 첫 장에 올해 가장 큰 영감을 준 문구나, 내년 목표를 적는다.
올해 다이어리 첫 장에는, "노홍철처럼 인생을 즐기고, 하루키처럼 일상을 관리하자"를 적었다. 얼핏 다르게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즐기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문구 덕분인지 올해는 이전과는 다른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퇴사를 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이어리에서 자주 보였던 단어는, 후회와 자기 비하였다. 매년 "올해는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 "시간이 없어서" 같은 이유를 들며, 포기해 해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퇴사를 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적어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렇다면 내년의 나는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은 걸까?
올해는 새 다이어리 첫 장에 문구를 적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회사 밖의 나는 아무런 색이 없는 무채색 필름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더 많은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를 좀 더 갈고닦아 지금보다 더 깊이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나와 함께 할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였다.
그래서 올해 다이어리의 첫 장에는 이런 문구를 적었다.
"사람의 입체성은 그 사람이 매혹당한 세계의 수 또는 그 세계에 파고든 깊이에서 온다."
"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
나는 아직 내 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이 새로운 감각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런 감각들이 쌓여 나를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단단한 뿌리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다양한 색채를 가진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