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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4. 2018

[퇴사여행⑤] 멀어지면 그립다

있을 땐 몰랐던 것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치앙마이 여행이 어느새 11일차다. 처음에는 볼 것 없는 도시, 사원 많은 태국의 도시 중 하나 같았다. 여기 왠지 모르게 사람을 붙잡는 치명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 뭐가 뭔진 잘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슈퍼마켓에서 10바트에 산 찬밥을 컵라면에 말아먹을 거다. 생각만해도 흥분된다. 푸켓에선 로컬 음식만 찾아 먹더니 여기 와서는 내내 한식 타령이다. 없어지면 뒤돌아서 아쉬워하는 청개구리 같은 성미다.


이날은 수천개 사원 중에도 가장 평이 좋은 ‘왓체디루앙(Wat Chedi Luang)’으로 갔다. 타패게이트 근처에 있는 사원이다. 그러고 보면 도이수텝 이후 제대로 된 사원 관광은 처음이다. 왓체디루앙은 1411년에 건설된 사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8m의 입불상이 있는 본당이 있다. 원래 건축 당시에는 90m에 달했는데 16세기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파괴돼 현재 높이가 6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콕의 왓 프라깨오에 있는 에메랄드 불상도 원래는 이 절에 있었던 것을 옮겨 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태국의 화려한 건축물은 접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한국의 절 건축양식이 더 마음에 든다. 태국의 것은 도시를 뛰어 넘는 화려함에 질릴 지경이다. 어우러짐이란 게 없이 이기적으로 화려하다.


이제는 강원도 해안가를 마주한 소박하지만 절경 속 사찰이 그립다. 치앙마이 사원도 이 정도면 됐다 싶다. 님만해민의 평상시 짬해놨던 카페 리바리스타Librarista로 갔다. 도서관(Library)와 바리스타(Barista)를 합성해 만든 이름인 듯하다. 분위기는 최고다. 님만해민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차분하고 쾌적한 분위기다. 이곳에 방문한 중국인들도 여기에서만큼은 주용하고 차분하다. 역시 환경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대목인가. 글을 쓰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한국 돈으로 3,000원 정도에 생망고 쉐이크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기분은 항상 오래가지 않는다. 예측 불허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폭우처럼 무섭게 비가 쏟아진다. 썽태우는 이미 만원이다. 강남의 금요일 밤 택시들이 승차거부 하는 광경과 비슷하다. 세븐일레븐 직원에게 ‘엄~~브렐러’ 있냐고 힘들게 묻고 나니 우산은 없고 우의가 있단다. 그 와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연보라색 우비를 챙겨 입고 냅다 뛰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것도 거의 없이 뛰었더니 허기가 진다. 다급하게 바로 앞에 보이는 태국 남부스타일의 식당에 도착. 곳에서 알 수 없는 에그면(계란 반죽면)에 해물을 얹고 스파이시 소스로 맛을 낸 요리를 주문했다. 매운 맛 때문인지 느끼함은 없는데 향신료 맛이 너무 강하다.


다행히 비가 조금 그쳤다. 동남아의 스콜성 비답다. 우비를 다시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 어렵게 썽태우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썽태우 기사는 평상시보다 비싼 40바트(1,360원)를 달라고 했다. 비 오는데 40바트가 어디야. 흥정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고 알았다고 탄다. 뚝뚝(택시) 기사들은 150바트 달라며 호갱족 몰이 중이다. 그런 가운데 평상시 10바트(340원) 비싼 게 대수인가 싶다. 여기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다. 선택이 아닌 ‘필수’인 거다. 또 다시 익숙한 나이트마켓 주변 거리로 돌아온다. 별거 한 거 없는 것 같은데 길었던 하루가 또 다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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