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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4. 2018

[퇴사여행⑧] 변하는 게 사람 마음  

사람은 어딜가나 금새 적응한다 

드디어 치앙마이에서 싱가폴로 떠나는 날이다. 한 도시에서만 2주 넘는 여행이라니. 스스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는 날까지 치앙마이는 나를 붙잡았다. 치앙마이에서 산 내 기준에 고가의 물건을 환불 받으려고 별의별 생쇼를 떨었다. 브랜드 매니저와 수차례의 통화 끝에 한국에서 물건을 받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예상에 없던 일정이라 비행기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도착했다. 여담이지만 태국 쇼핑몰에서 환불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한번 물건 값을 치르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야 속편하다. 우리나라 소비자보호법 같은 거 생각하면 내가 힘들다.


썽태우 100바트 흥정에 성공해 도착한 치앙마이 공항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천공항과는 다르다. 1시간 5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국제선 탑승에 전혀 문제가 없다. 티켓 발권부터 시작해 세금 환불(Tax refund)까지 여유롭게 마쳤다. 블랙캐년의 모카커피를 마시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렇게 싱가폴로 향하는 타이거에어에 탑승했다. 저가항공답게 좌석간 폭이 어마어마하게 좁다.  다행히 탑승객이 별로 없어 누워가다시피 했다.


홍콩인으로 추정되는 승무원 영어도 매끄럽다. 거슬리는 액센트도 별반 없다. 저렴한 항공권에 세금 환급도 성공적이라 작은 보상의 시간이라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싱가폴에 가면  맛봐야 한다는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과 말레이시아산 비스코티가 눈에 띈다. 태국 물가에 익숙해진 내게 너무 비싼 가격이지만 일단 주문하고 본다.  비행기에서 마시는 싱가폴 슬링은 기대만큼 판타스틱하진 않았다. 주문한 비스코티는 나름 흥미롭지만 다시는 사먹고 싶지 않다.


하루 빨리 싱가폴의 카야토스트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치앙마이에서 싱가폴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남짓. 우리나라에서 홍콩까지 갈 때와 비슷했다. 싱가폴 슬링, 그리고 다이소에서 150바트에 구매한 목 베게 덕에 편안한 비행을 마치고 싱가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예상을 뛰어넘는 싱가폴의 깔끔한 공항은 놀라웠다. 세계적인 브랜드 숍을 즐비해 있고 푸드코트에는 심지어 노천바를 연상케 하는 맥주 바가 있다. 세계적인 공항답게 여행자을 위한 공간들이 여기저기에 마련돼 있었다. 와이파이는 물론 무료 충전도 가능하다. 쉴 수 있는 베드쇼파도 있다. 이곳에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날 묵을 게스트하우스까지 예약했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하이에나처럼 먹거리를 찾다가 싱가폴 라면이라는 락사(Laksa)와 카야토스트, 아이스커피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7싱달러(싱가폴 달러, 약 6000원)다. 우리나라 5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구성이 좋다.  사악한 물가로 유명한 싱가폴이라는데 생각보다 괜찮구나 싶다. 코코넛밀크를 넣었다는 락사의 맛은 얼큰한 라면에 길들여진 나와는 영 미스매치다. 오히려 디저트마냥 나온 카야토스트 맛이 좋다. 괜히 싱가폴하면 카야토스트가 아니구나 싶다.


진짜 카야토스트 전문점에 가면 어떤 신세계를 경험할 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치앙마이에선 그렇게 떠나기 싫더니 이렇게 사람 마음이 번개에 콩 구워 먹듯 빨리 변한다. 카야토스트에 대한 상상만으로 이미 치앙마이는 저 멀리 떠나있다. 2시간 정도 노닥거렸을까.


이제는 떠나야지 싶다. 시티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싱가폴 달러를 뽑고 휴대폰 심카드를 샀다. 그 와중에 카운터 직원이 추천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예약했다. 싱가폴 리버크루즈 탑승에 가든바이더베이 입장, 아랍 스트리트 등 투어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티켓이었다. 어차피 갈 곳들인데 가격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그리고 싱가폴 지하철(MRT)을 타러 갔다. 싱가폴의 지하철은 명성대로 깔끔하고 잘돼 있었다. 복잡하지 않은 노선도 마음에 든다. 며칠만 머무르면 싱가폴의 유명 지역 대부분을 돌 수 있을 듯햇다.


게다가 내려야 하는 방향을 굳이 ‘방송’으로 알리지 않고,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표기해 뒀다. 그런데 지하철에 탄 나는 이곳이 싱가폴이 맞나 싶다. 지하철엔 말레이시안, 인도인이 대부분이다. 중간 중간에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보긴 하다. 나 같은 외모의 아시아인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멜팅팟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가 싶다. 내가 묵을  백패커하우스 근처 역 라벤더(Lavender)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도보 15분 정도 거리라 해서 버스 환승을 통해 도착한 숙소는 허름한 건물 2층에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신발을 보인다. 역시 저렴한 숙소의 한계인가 싶으면서 이제부터 헬 뚜껑이 열릴까 두렵기만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성 10인실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부분 이들이 자고 있어 ‘부스럭’ 거리는 게 민망할 따름이다. 몇차례 피할 수 없는 부스럭거림을 마무리하고  샤워 후 잠을 청했다. 싱가폴에서의 시계 초침은 놀랍도록 빠르고 익사이팅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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