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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샘 Oct 27. 2024

시각시 - 01

text 뿐 아니라 image로 느끼는 시

요즘은 표현욕구를 잘 해소시켜 주는 통로는 단연 SNS이다.


텍스트 위주라면 페이스북, 이미지 위주라면 인스타그램, 단문 위주라면 트위터. 그 외에도 소통 내용과 미디어에 따라 각각 찰떡궁합인 서비스가 있다. 심지어 또래에 따라 쓰는 서비스가 다르고 상대에 따라 또 골라서 채널을 선택한다. 비용은 '0'이다. 자신의 노력과 약간의 부지런을 더하는 걸로 족하다. 원하면 누구나 언제나 원하는 소통을 원하는 상대에게 쏟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엔 통 불붙던 욕구가 동하질 않는다. 한때는 없는 형식을 찾아 어떻게 해서라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던 나였는데, 또 얼마나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비용이 들었던가. 그런데 이제 손만 뻗으면 손쉽게 할 수 있는데, 영 동하지가 않는다. 이제는 너무 쉬워져서일까?


한때 (라테는 너무 라테 같으니까),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과 온갖 별스러운 장난을 더해서 시집 형식으로 인쇄를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 적이 있다. 반응이 재미나서인지 그러고 3번을 더해서 총 4번이나 시인 코스프레를 한 적이 있다. 내심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믿으며. 때로는 동기생과 어떤 때는 선배들과 또 혼자서도 했었다.


그 여러 시도들 중에는 그래도 내가 기억해 주고 싶은 시도 있다. 언어적인 감수성보다는 시각적인 감수성이 더 예민했던 시절, 글보다는 시각적 구조가 더 친숙했던 내가 선택한 시각시다. 1987년쯤 동기생과 함께 출간(?)했던 "유고시편"이라는 시집에서 내 대표 시라고 할 수도 있을 텍스트와 텍스트의 구조를 함께 버무려 전달하고 싶었던 시가 몇 편 있었는데, 그중 한편을 골라 24년 버전으로 리마스터링을 해보려고 한다. 


소개할 시는 '음모'라는 시다. 초판본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초판본은 찾지 못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디어 스케치를 덧붙인다.)


이 '음모'라는 시를 요즘의 기술을 조금 써서 리마스터링 해보는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다.


해석은 각자의 권리이므로 시각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의 할 일은 마치려고 한다.

다음에는 다른 버전으로 리마스터링 하거나 다른 시를 도전해 보려고 한다.


시보다는 시를 쓰는 마음을 더 찾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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