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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17. 2021

나의 영웅들에게

과거까지 드나들며 고생했으니 정말 안녕히, <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엔드게임 #1 #나의영웅들에게

그냥 너무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쓰기까지 나의 영웅들을 떠올렸던 온종일이 먹먹해서 행복했다. 과하게 좋았던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나는 아직 익숙치 않은데, 그것은 어떤 것부터 자랑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다. 마블의 영리함에 대해서라면 이젠 말하기도 입 아프고, 그러니까 나는 왜 마블이 이 시대의 아이콘이고 주류를 담당하게 되었는지에 있는지에 대해 주절주절 아이캔두디스올데이라는 이야기. MCU는 영화사에 히어로물이라는 계보를 다시 등장시키며 장르물 소비충의 범위를 극대화했고 엔드게임은 그 방점이었다. 엔드게임의 조금은 비틀리고 억지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까내리고 싶은 사람도 이 상업적이고 영화적인 업적의 마무리에 관해서라면, 영화를 이루는 모든 장면에서 느껴지는 11년의 애정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감정이 휘몰아친 사가를 덮은 마블의 다음 미션은 아마 스스로 세운 탑을 부수는 것밖엔 없을 테다. 하나만 더 말하자면, 이 엔드게임은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영화다. 이런 영화를 다시 보려면 이론적으로 최소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늦기 전에 어서 많은 사람이 이 유니버스에 탑승했으면 한다. 이건 정말이지 그럴 가치가 있다. 3000만큼 사랑한다고 하기도 모자른 나의 영웅들, 특히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었던 아이언맨에게, 마음을 담아. 엔드게임은 까야 힙하다던데.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포주의 #2 #엔드게임의엔딩

영웅이 아닌 삶은 어땠냐는 차기 캡틴의 질문에 난 더 말하지 않을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답한 캡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어벤져스의 대단원은 막을 내린다. 그리고는 뜬금없는 캡틴과 페기의 로맨스. 나는 이 느닷없는 마무리가 꿈 같다고 생각했다. 전 우주의 희망을 되돌리고도 한 남녀의 댄스로 시리즈를 매조지는 이 과감한 엔딩은 정말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이 마블스러운 마블스럽지 않음에 전율했다. 그러니까, 엔드게임의 엔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노스라는 테러의 목을 자르며 사후적으로 응징한 현실적인 결말, 순결한 희생을 바탕으로 테러를 사전적으로 예방한 영웅주의적 결말, 그리고 캡틴과 페기의 교훈 같은 로맨스. 다시 말해 이 세 부분은 테러를 응징하고, 좌절시키고, 사상적으로 부정하는 반 타노스적 서사로 읽힐 수도 있겠다. 타노스라는 재해에 대항하는 캡틴의 정의와 아이언맨의 대의가 마침내 나름의 결론을 찾아가게 만드는 결말. 엔드게임은 11년간 전세계와 전우주뿐 아니라 과거까지 드나들며 고생했을 이들에게 안식을 허락하는 최선의 안녕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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