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는 일을 체계적인 시퀀스로 만드는 것이 전문성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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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회사는 B2C 서비스가 아닌 이상, 자신들의 서비스나 제품을 어떻게든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단순히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면서 이루어질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저자는 1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의 본질적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팔리지 않는다." 결국 사업의 시작과 끝은 '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특성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구조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코드로 내재되어 존재합니다. 둘째, 소프트웨어는 복잡성이 큽니다. 정형화된 구조 없이 비규칙적이고 복잡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 소프트웨어는 순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요구나 환경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변형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는 상품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개발된 프로그램이 단순한 '제품'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실제로 가치를 느낄 때 비로소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또한 소프트웨어의 판매에 대해 중요한 견해를 제시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고객과 판매자가 만나는 시점부터 판매가 완료될 때까지 리드 타임(Lead time)이 긴 제품이다." 따라서 판매자는 보이지 않고 복잡한 제품이니 고객이 구매를 포기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구매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입에 대해 매우 신중하며,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판매자와 구매자의 상이한 욕구가 만나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강력한 판매활동'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프리세일즈입니다. 특히 저자는 판매 주기의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고객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Pre'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빅테크 기업이나 외국계 설루션 회사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SaaS를 공급하는 회사들까지도 모두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고객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전달해 줄 '선배'를 찾기가 어려운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에게 가장 좋은 선배가 되어줄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프리세일즈 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가 정리된 것을 보고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사전준비와 검증
평가대응: 제품 소개 세미나, 구축 사례 활용, 기술회의로 설루션 개발, 정보요청서 대응, 디스커버리 워크숍, 경쟁분석, 개념증명 진행
제안 작업:컨소시엄 구성, 합종연횡과 협상, 제안발표
판매 성공과 지원:판매성공, 프로젝트 준비
이런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시퀀스’를 정리하는 것, 이것이 전문성입니다. 이렇게 꿰어서 정리해 주는 책이 그동안 없었다는 게 더 신기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영업활동을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 과정대로 지금 흘러가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개념증명(Proof of Concepts, PoC)을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제 주위의 영업들에게 말해보라고 하면 즉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소프트웨어 영업을 10년, 20년 했어도 이런 프로세스로 정립을 못한다면 이는 전문성이 없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효율적인 개념증명을 위한 확인사항’은 이 책에서 정말 빛나는 글이었습니다. 아래 항목을 한번 여러분의 상황에 비춰보길 바랍니다.
개념 증명 목적
제품을 선정하나? 아니면 평가만 하나?
단일 제품 또는 복수 제품 선정 여부
학습을 위한 개념증명은 아닌가?
개념증명 평가기준
반드시 구현해야 할 핵심기능은 무엇인가?
핵심기능 구현에는 가산점을 주는가?
핵심기능을 구현 못하면 탈락인가? 점수만 깎이는가?
비핵심기능은 문서 제풀로 대체 가능한가?
대부분 이 책에서 말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훈련을 받은 사람도, 해주는 회사들도 드뭅니다. 진정 회사에 기술영업조직이나 컨설팅 조직을 운영하는 회사라면 반드시 이 책을 기반으로 자기 회사만의 프로세스를 수립해 보기를 권합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술영업 부분은 다른 부분들보다 낙후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상대하는 고객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탓도 있지만, 영업이라고 했을 때 '사람 만나면 다 된다'는 식으로 해온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를 체계적으로 하려고 하는 시도를 보고 '쓸데없다'는 분들이 많기도 많은 분야여서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 분야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 해온 일인데 해야 돼?’라고 두려운 사람들이 또 보입니다. 그냥 그럼 그대로 하십시오. 결과는 늘 똑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과를 내는 회사와 조직은 해오던 일을 이성의 기능을 활용해서 회고하고, 경험을 일반화해서, 지식으로 남기는 일을 합니다. 이를 지속해서 성(誠) 해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저의 책 마지막에 적어놓았습니다. 현장에서 부딪힌 다음에 회고하지 않는 자가 문명을 퇴보시키는 자입니다. 이런 구조 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팔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그 사람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하지 못하게 하고, 회사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범인입니다.
한나 아렌트 평전의 구절 하나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시작이 있고 나서 인간이 창조되었다” 시작은 새로운 탄생이 있을 때마다 생겨난다. 새로운 탄생은 바로 인간의 탄생이다.
-한나 아렌트 평전에서 73쪽 ‘전체주의의 기원’의 마지막 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