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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Nov 17. 2017

'여진(余震)' 개념 버린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본진과 여진 구분 무의미해져

1년만에 한국 포항에서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피해가 더 커보인다. 여태껏 한국에서 큰 지진이 보고되지 않아 방심하던 상황이 영향을 미친 듯싶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인간을 작게 하는지 새삼 느낀다.


지진과 관련해서라면 누구나가 일본을 떠올린다. 워낙 지진이 많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방재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지진이 아닌 한 피해가 크지 않다. 다만 일본도 사람이 사는 지역인지라 한계도 없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 간단히 다뤄볼까 한다.


지난해 4월 규슈 구마모토(九州熊本) 지진은 여러 점에서 예상을 깨는 지진이었다.


먼저 4월 14일 저녁 9시 26분 첫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규모(마그니튜드)는 6.5로, 지진의 체감 강도를 나타내는 진도(震度)는 최대 7로 굉장히 강한 지진이었다. 진원 깊이도 11km로 얕았다. 이후 10시 7분에 동일 지역에서 규모 5.8, 최대 진도 6약(6弱)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여진(余震)'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더 큰 지진이 오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아래는 지진 속보를 전하는 NHK 방송 화면이다. 생중계 영상과 건물이 흔들리는 모습이 비춰진다. 일본 지진 재난방송은 우선 진도를 전한다. 쓰나미 위험과 피난을 얘기하고, 시간이 지나면 규모와 진원 깊이 등을 정확히 전달한다.


우선, 규슈는 비교적 지진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구마모토 지진으로 그것이 완전히 무너졌다.


관광객이 급감했고, 원전 재가동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세력이 강한 규슈-사가현, 가고시마현-도 원전이 있는 지역은 최근 총선에서 모두 야당이 이겼다. 얼마나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 공포가 심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특징은 위에 적은 지진 이후 더 센 지진이 오지 않을 것이라 방심했다는 점이다. 아래는 지진이 일어나고 28시간 후의 긴급지진속보다.


첫 지진 이후 약한 여진만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을 새벽 1시 25분경, 규모 7.3, 진원 깊이 12km, 최대 진도 7의 더 강한 지진이 다시 덮쳤다. 첫번째 지진은 생각보다 큰 피해를 낳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 지진이 찾아온 후 한꺼번에 사상자가 늘어났다. 지진이 직접 원인이 돼 50명이 숨졌다.



아래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고로 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 논란이 일었다. 첫번째 지진이 본진(本震)인가, 두번째인가에 관해서였다. 오랜 기간 지진을 연구해왔고, 관련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딱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둘 다 일반적 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기상청은 '본진' 뒤에 '여진'이 일어난다는 그때까지의 통념을 아예 폐기한다. 아래 지난해 8월 19일 자 닛케이 기사를 간단히 인용해본다.



気象庁は19日、熊本地震を踏まえ、大地震発生後の「余震確率」の公表方法を見直したと発表した。発生から1週間程度は同規模の地震への注意を呼びかけ、その間の地震活動をみたうえで「震度6弱以上となる地震の発生確率は平常時の30倍」などと公表する。「余震」の表現はより大きな地震が起きないとの印象を与えるとして使わない。同日、運用を始めた。  


기상청은 19일 구마모토 지진과 관련, 대지진 발생 뒤의 '여진 확률' 공표 방법을 재검토했다고 발표했다. 지진 발생 뒤 1주일 정도는 같은 규모 지진에 대한 주의를 환기해, 그 사이 지진 활동을 확인하고 나서 '진도 6약 이상 지진 발생확률은 평상시 30배'와 같은 식으로 공표한다. '여진'이라는 표현은 보다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다. 같은 날 운용을 시작했다.


4月の熊本地震では、最大震度7でマグニチュード(M)6.5の地震が発生した翌15日、気象庁は「今後3日間に震度6弱以上の余震が起きる可能性は20%」と公表した。ところが翌16日、より大きなM7.3の地震が発生。「余震20%」の表現で危険性が低いと考えて自宅にとどまった人が亡くなるなど被害が拡大したとの批判が出た。


4월 구마모토 지진에선, 최대 진도 7로 마그니튜드 6.5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기상청은 "이후 3일간 진도 6약 이상 여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20%"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그다음 16일, 보다 큰 M 7.3 지진이 발생. '여진 20%'라는 표현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생각해 자택에 머물러 있던 사람이 숨지는 등 피해가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気象庁はこれまで、1926~95年に起きたM5.5以上の内陸直下型地震153例を分析。これを基に、最初の地震がM6.4以上なら「本震」とみなし、その後により大きな地震は起きないことを前提に「余震」の発生確率を公表していた。


기상청은 지금까지 1926~95년에 일어난 M5.5 이상 내륙직하형 지진 153예를 분석. 이것을 바탕으로 최초 지진이 M6.4 이상이라면 '본진'으로 간주해, 그 뒤 보다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여진' 발생확률을 공표했었다.



기상청에서 직접 발표한 관련 자료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의 힘은 일본이 쌓아온 과학 업적마저 일거에 무너뜨린 셈이다. 일본에서도 본진, 여진 개념을 생각해 다시 집에 돌아간 사람이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지진과 관련해서도, 시간이 확실히 지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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