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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04. 2021

일본 코로나 급감의 미스터리

현지서마저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확진자 급감

오늘 도쿄 코로나 확진자수가 두 자릿수로 줄었다. 


모두 87명으로 월요일에 검사가 적다고는 쳐도 이 정도 수치는 작년 11월 이래 최저라고 한다. 지난 8월 의료 붕괴로 내몰리는 상황이 이어졌다가 너무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력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내 아무도 "왜 줄었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막연한 얘기밖엔 하지 않고 사람의 이동이 급격하게 줄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백신 접종이 상당히 늘어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도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어쨌든 그리하여 1년 내내 이어질 듯했던 긴급사태선언은 9월 말부로 해제됐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위드 코로나'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도쿄나 오사카 외 지방은 대부분 규제가 풀렸지만 대도시는 보통 저녁 8시까지만 술 제공이 가능하고 폐점은 9시다. 그밖에 위드 코로나라고 부를 만한 상황은 뭔지 딱히 모르겠다. 애초 일본에서는 마스크 의무화를 한 적도 없지만 마스크 종류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자체 의무화 비율은 9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음식점 폐점 시간 등은 명령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다만 이것도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굳이 어기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일본이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다는 보도나, 검사수를 억지로 줄여서 만든 결과라는 음모론이나 현시점에는 둘 다 근거가 박약하단 느낌이다. 후자에 대해선 글 말미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아래 도쿄신문 기사는 '전문가가 거론하는 5개 가설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 감염자 급감'이라는 내용으로 여러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전하고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자.


1. 위기감 : 각자가 감염대책 세웠기 때문?


직전 확산기에 피크는 전국 2만 5800명이었고, 도쿄는 거의 6000명을 찍었다. 의료 붕괴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람들이 조심하게 되지 않았냐는 가설이다.


(필자는 7월 말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도쿄뿐만 아니라 다른 현으로 여행까지 다녀왔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긴 해도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가설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2. 밤거리 : 젊은 세대가 피했기 때문?


일본 정부는 밤거리 외출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요청했지만 실제로는 20-30% 밖에 줄지 않았다. 다만 이 줄어든 비율이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 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역시나 설득력은 부족하다.


3. 백신 : 접종률 향상의 효과?


그나마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요인이지만 역시 검증은 안 됐다. 접종 완료율은 60% 안팎이다.


4. 집단 감염의 감소 : 고령자를 지켰다?


지금까지 감염 패턴은 먼저 젊은 층에서 확산된 뒤 고령층으로 옮겨가는 모습이었다. 올 1월 고령자 시설 감염은 전체 40%에 가까웠으나 이번엔 10% 전후라고 한다. 의료 기관 집단감염도 30%에서 5% 정도가 됐다. 백신과 묶어서 보면 이건 어느 정도는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집단시설에서 감염이 확산되면 숫자가 확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어디선가 감염 고리가 끊겼을 가능성이다.


5. 기후 : 환기와 강우가 영향?


증명이 어렵지만 잦았던 비의 영향도 거론은 된다. 역시나 증명된 얘긴 아니다.




여하튼 명쾌한 이유는 딱히 전문가들도 일본 정부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검사를 줄여서 억지로 코로나 확진자를 줄였다는 건 적어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이 블로그에 써온 글을 보면 아시겠으나, 필자는 일본 코로나 정책에 늘 의구심을 갖고 지켜봐 왔고 비판적인 논조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줄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게 확진율이 동시에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래 도쿄도 발표 자료를 보자. 


위 그래프에서 점선이 양성률이다. 그 위 실선이 검사받은 사람 숫자의 7일이동평균선이다. 기울기를 보면 양성률이 확진자 숫자와 더불어 동시에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검사보다 더 가파르게 양성률이 줄었다.


애초 일본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양성률은 여태까지 꽤 정확한 지표였기 때문에 적어도 확진자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개인적으로 부정하지 못하겠다.


오늘 음모론자 김어준 씨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일본에서 총리가 바뀌고 곧 선거가 있으니까 검사를 줄여서 확진자를 줄인 거다."


정치 음모론을 즐기는 김어준 씨 평소의 화법이긴 하나 이 말은 기본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첫번째는 스가가 막판까지 총리를 더 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이 얘긴 뭐냐면, 더 일찌감치 확진자를 줄였을 경우 스가는 퇴진하지 않고 연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사히 신문에는 "한 달만 빨리 이렇게 줄었다면 기시다가 총리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숨짓는 측근의 말이 실리기도 했다. 코로나 의료 붕괴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 기시다가 출마를 강행하면서 스가는 퇴진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지지율은 계속해 떨어졌다. 결국 출마 포기 뒤 스가는 기시다에 맞서는 고노 다로 지지로 돌아선다. 


그런 스가가 후임 기시다에게 선물로 코로나 검사를 억제해서 자리를 넘겨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일찍 검사 억제로 확진자를 줄일 수 있었다면 스가는 주저 없이 그런 방식을 골랐을 것이다.


둘째는 저런 식의 검사 억제는 결국 어디선가 티가 나게 마련이다. 은폐에는 도가 튼 중국도 코로나 감염은 결국 완전히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일본이 은폐한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체감적으로도 그렇다. 그저 일본이 싫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 저런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여하튼 긴급사태선언이 풀리면서 다시금 활동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사람 만나는 일도 그렇고, 음식점도 좀 찾아다닐 예정이다. 


아래는 최근 방문한 야키니쿠집. 



긴급사태선언중 술 제공 금지/휴업 명령을 거부한 야키토리집. 적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 상황을 봐도 그렇고, 일본 내에서도 다시금 확산이 일어날 건 거의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짧은 휴가'로 끝날 가능성은 인지하면서 계속해 코로나 상황을 체크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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