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을 가린다 _ 육아 일기 (D + 146일)
장모님과 처남이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포장된 초밥을 전해주려고 잠깐 들르셨다. 현관문이 열리고 장모님과 처남이 들어왔을 때 코코를 안고 인사를 드렸다. 코코는 장모님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당황스러웠다. 낯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내와 나는 특별한 목적 없이 외출을 할 만큼 외향적이지 않아서 코코는 밖에 나갈 일이 적었다. 나와 아내를 제외하고 양가 친척들을 서너 번 본 게 지금까지 만난 사람의 전부였다. 아차 싶었다. 낯을 가리지 않게 하려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미처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방심했었던 것 같다. 평소에도 이유 없이 우는 일이 없고, 길면 12시간 이상 밤잠도 잘 자고, 아프지도 않아 기질이 순하고 키우기 쉬운 아이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성향이 까탈스럽지 않아도 외부 환경은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순한 아이여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지 않는다면 타인을 낯설어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물론 낯가림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아이는 생존을 위해 낯을 가린다고 한다.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면 자신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모르니 낯을 가리며 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아이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낯을 가리고 울면 아내와 나의 생존이 위협된다. 힘든 상황에서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뒤로 처형네 가족도 보고 어머니도 보고 해서 그런지 낯가림이 좀 약해졌다. 어제는 7개월 된 아기가 있는 친구 가족이 집에 방문했는데 다행히 코코는 울지 않았다. 잔뜩 긴장했었는데 처음에 약간 경계의 눈빛을 보일 뿐 금방 적응했다. 항상 낯을 가리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코코를 데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는 아이의 기질만큼이나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고 들어왔지만 직접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아니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의 환경은 부모에 의해 크게 좌우될 텐데. 다시 한번 부모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