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졌다 _ 육아일기 (D+130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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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예쁘다. 누군가 아이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분명 그렇다고 대답했을 텐데, 이상하리 만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문서작성을 하던 도중 갑자기 아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련한 감정의 여운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아이가 보고 싶어 사진을 한참 동안 봤다. 누군가를 정말로 보고싶다라.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한 감정이었다.


정이 든 것 같았다. 아니 정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집에 가면 부모와의 교감으로 하나의 우주가 자라고 있었다. 실제 우주에서 나는 티끌보다 작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자라나는 우주에겐 나의 감정, 말, 행동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 처음엔 말을 걸어도, 손을 주물러 주어도 아무 반응이 없던 우주는 이제 내가 부르는 노래, 눈짓, 숨소리에 대답해 주었다. 아이가 큰 웃음을 터트리면 내가 쌓아온 우주가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그 후에 찾아오는 충만함은 신기할 만큼 벅찼다.


처음 겪는 느낌이다. 도저히 글로는 표현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감정이 아무런 흔적 없이 지나가버리는 게 아까워 뭐라도 쓰게 된다. 물론 항상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아이를 보고 있으면 지친다. 힘들어서 아내가 쉬라고 하면 얼른 아이를 넘기고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아이가 또 보고 싶다. 깨워서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고 목에다 부우우 하며 바람을 불고 싶다. 아이가 깨면 바로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자는 코코를 보고 나왔을 때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아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코코에게 미안해. 이 힘든 세상에 태어나게 한 거. 지금까지 살아오며 쉬운 일 하나 없었던 것 같은 데, 앞으로 살아가며 이런저런 고통 겪어야 한다는 게 미안해."


아이는 태어나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아내와 나 때문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일 뿐이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와 아내를 비롯한 일가친척은 웃었지만 아이는 큰 소리로 울었다. 세상의 차가운 공기를 폐 속으로 빨아드리면서 말이다. 나와 아내의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낳았다지만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길은 험난한 느낌이다.


아이의 행복한 삶에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 요즘 들어 재테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진 않지만 돈이 있으면 삶이 편해진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아이가 겪는 삶이 편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자기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원망하지 않게끔 말이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휴, 맥이 조금 빠진다.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은 데,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산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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