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일이다 _ 육아일기 (D + 154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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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 코코를 보며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아이가 부모에겐 축복이지만 과연 아이에게도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고 나서부터였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지금의 나 역시도 하루하루가 쉽지는 않다. 벅찬 일을 지시하는 상사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생기는 업무, 이해가 되지 않는 민원까지. 가끔은 일을 하며 남의 돈을 받는다는 게 참 치사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태어나고 맘 편히 지냈던 적이 있나 싶다. 초중고 때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대학교에 가서는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을 하고 나서는 안정된 미래를 위해 일을 했다. 손발이 저릿저릿할 만큼 재밌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크건 작건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 말 못 할 가정사, 금전적인 어려움.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지금도 이겨내고 있지만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약간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내 성격의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큰 걱정 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누구나 살아가며 힘든 일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평온히 잠든 아이도 언젠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태어나고 싶어 세상에 나온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아이는 나와 아내의 선택에 의해 태어났다. 거기에 아이의 의견은 없었다.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한 일이라는 말이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안다.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족되어야 하며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나와 아내부터 행복해져야 한다.


요즘은 재테크 공부를 한다. 정서적으로 윤택한 아이로 키우는 것만큼이나 경제적인 괴로움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험난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책임이 내게 있으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미약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면 그래도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낮은 출산율과 끊임없이 상승하는 집값을 보면 도대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걱정이 된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투표를 잘하고 재테크를 열심히 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심란한 밤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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