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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Jun 17. 2020

도서 구매 시스템(?) 만들기

읽고 싶은 책을 사주는 것은 고맙지만, 조금 더 편하면 좋겠다.

우리 회사는 책을 사준다. 누구든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달라고 말하면) 사준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제도(혹은 복지)다.


당연히 사람마다 눈치를 많이 보는데, 눈치 보지 않고 원대로 신청하는 사람(나)은 몇십 권이나 샀다. (얼마나 샀는지 헤아려보니 지난 3년 동안 80권 넘게 샀다. 물론 정기구독중인 월간 디자인과 매거진B를 제외한 숫자다.)


두 달 전, 구매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도서구매를 신청하는 사람과 구매/관리담당자의 사용성을 조금 개선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당시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컨플루언스)에 내가 작성했던 글의 일부다.




배경

우리에겐 누구든지 원하는 책을 구매(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무려 전 직원이 10명도 채 되기 전부터 있던 오래된 제도이죠. 시작할 때의 취지와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장을 원하는 사람을 적극 지지/지원한다.

누구든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땐 회사에서 사준다.


참 간단명료한 이유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인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이에 관해 전에 함께 논의했던 것을 떠오르는대로 마구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개인의 성장은 무엇인가

무슨 책이든 사줘도될까

도서가격 제한을 두어야 할까

인당/월간 한도가 필요할까

책은 누구의 자산일까

책은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그리하여 우리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서구매는 왜 필요한가? 꼭 필요한가?

구매와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
.
.
(후략)



제도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고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목적과 원칙 부재)부터 이야기했지만, 그런 것은 나 혼자 뚝딱뚝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성 측면만 생각해보기로 했다.

1. 신청하기 편하게
2. 관리하기 편하게


1. 신청하기 편하게 (슬랙으로 끝!)

우리 회사의 도서구매 신청방법은 아래와 같이 진화해왔다.

- 고대: 슬랙
- 중세: 컨플루언스 + 구글 스프레드시트
- 근대: 구글 스프레드시트 + 구글 폼 사용
- 현대: 슬랙 (+ 구글 스프레드시트)
근대와 현대를 구분하기엔 사용한 기술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근현대로 묶을 수도 있겠지만, 사용성은 꽤 차이가 난다. (자세히 적으면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


인원이 적을 때에는 그냥 슬랙(메신저)으로 구매담당자 태그해서 말하다가(고대) → 인원이 늘어나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관공서 스타일로 바뀌었다가(중세) → 코딩에 눈뜬 비개발자가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구글 폼을 써서 도서목록을 새로 만들었다.(근대)


(내가 만들어놓고 현대라고 부르기엔 낯뜨거우나) 지금은 다시 메신저를 통해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고대와 같지만,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여 관리자가 한땀한땀 데이터를 관리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따가 2. 관리하기 편하게에서 계속..)


이제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도서구매신청을 할 수 있다.

0. 읽고 싶은 책이 이미 회사에 있는지 확인
1. 읽고 싶은 책을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검색
2. 해당 페이지 url을 슬랙 채널에 입력

끝. (너무 간단해서 별로 할 말이 없다.)


실제 구매요청 화면 (다른 사람이 요청한 책 밑에 댓글로 줄서기도 좋다.)




2. 관리하기 편하게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끝!)

원래 관리는 이용현황 파악까지를 포함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워...) 일단은 관리자가 아래 세 가지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 신규 구매요청 확인
(+ 중복신청/중복구매 확인)
2. 해당 도서 온라인 구매
3. 구매도서 목록 업데이트


관리자를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해) 도서구매목록 시트를 새로 만들었다. 시트는 '관리자용'과 '열람용' 두 가지로 만들었고, 각 시트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 관리자용: 슬랙 메시지 log, 신청목록, 구매(대기)목록, 전체 도서목록
- 열람용: 전체 도서목록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일을 새로 만든 '관리자용' 시트에서는 클릭 몇 번으로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가 흘러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누군가 슬랙에 구매요청을 하면
2. 해당 정보가 '관리자용' 시트의 '슬랙 메시지 log'에 자동입력
3. '슬랙 메시지 log'와 '온라인 교보문고'의 정보를 참고하여 '신청목록' 자동완성
(+ 이미 신청목목/신청목록에 있는 책을 누군가 신청할 경우 '신청목록'에 자동알림)
4. '신청목록'에서 담당자가 '확인' 버튼을 누르면 해당 신청건은 '구매(대기)목록'에 자동입력
5. '구매(대기)목록'에는 각 신청건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장바구니 담기' 버튼 자동생성
6. '구매(대기)목록'에서 담당자가 '완료' 버튼을 누르면 해당 도서정보 '전체 도서목록'에 자동입력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쓰니까 되게 복잡해 보이는데, 그냥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필요한 정보를 넘기는 방식이다. (무지 간단함..) 아래는 각 탭의 실제 화면.

누군가 슬랙에 구매요청을 하면 자동입력되는 '슬랙 메시지 log'
'슬랙 메시지 log'와 '온라인 교보문고' 정보를 참고하여 자동완성되는 '신청목록'
'신청목록'에서 담당자가 '확인' 버튼을 누르면 자동입력되는 '구매(대기)목록'
'구매(대기)목록'에서 담당자가 '완료' 버튼을 누르면 자동입력되는 '전체 도서목록'


'열람용' 시트는 모든 사용자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 이미 회사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이고, 관리자용 시트의 '전체 도서목록' 데이터를 단순 열람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자 외의 사람들이 시트를 망가뜨릴 염려가 없다.





그래서 편해졌냐?

YES. (첨부: 담당자가 내게 DM으로 보낸 GIF)







원래는 시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슬랙이랑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어떻게 연결했는지, 만들면서 노가다한 것은 무엇인지 적으려고 했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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