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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Dec 24. 2021

아빠답게 친구처럼

아삐의 딜레마 #00

딸 같은 며느리 없듯, 친구 같은 아빠는 없다. 아빠 같은 친구는 있을까. 복잡한 마음과 생각. 둘 다 될 수 없다면, 난 친구가 될 테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확실히 이기적인 선택이겠지만 난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 아빠는 역할이고 친구는 관계다. 언제든지 아빠일 테지만, 언제든지 친구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적어도 지금은 친구가 되고 싶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너와 친구이고 싶다. 언젠가 너 역시 나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준다면 참 좋겠다. 그런 순간이 올까. 그 생각만으로도 벅차다.


좁쌀만 했던 너는 의사 선생님이 일러주었던 날보다 6주나 빨리 찾아왔고,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다. 하루는 긴데 한 달은 무진장 빠르다. 나는 늘 더디게 컸는데, 넌 항상 놀라운 속도로 자란다. 어느새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매일 쓰러져 잠들기 바쁘다. 물론 핑계다. 그렇지만 자면서도 생각한다. 너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미안하지만 별로 자신이 없다. 이 사실을 고백할 자신도 없다.


새벽에는 불쑥 외롭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너와, 마음과는 달리 너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나의 무력함을 느끼며 한없이 황량하다. 그러다 또 잠든 네 귀여운 얼굴을 보면, 바보처럼 웃으며 황급히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인 사진들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내 마음의 전투식량이다. (이건 좀 표현이 과한 것 같네. 손가락을 좀 펴고 다시 적어야지.) 여느 부모들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천진난만한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잘살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처럼 느껴져서가 아닐까.


다른 누구에겐 부질없을 이런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매 순간 증발하는 생각들을 공책으로 옮기고 싶어졌다. 때론 손을 움직이면 머리와 손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몸 안에 떠다니던 생각들이 뭉쳐지고 다듬어진다. 물론 항상 순조롭진 않다.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아 뒤죽박죽 말이 꼬이고, 덕분에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기 일쑤다. 그래도 이 글을 적으면서 조금 더 나의 부족을 깨닫고 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또 언젠가 너에게 이 글을 보여줄 수 있길 바라며, 웃으면서 오늘을 함께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슬쩍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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