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의 난제'를 안고 살아가는 구독자를 위하여
- 지난 퇴사글 이후로 벌써 3개월이 흘렀어요.
- 세상에... 글 써야 하는데...
- 글 써주세요. 저 구독자입니다.
- 글감 좀 주세요.
- 흠.. 채용의 난제...?
- ...?!
아랫글은 HR팀에서 일하는 구독자(?)에게 위와 같이 글감을 받아서 휘뚜루마뚜루 쓴 글입니다. 휘뚜루마뚜루 읽어주세요. (예리한 눈빛, 삐딱한 마음 금지..)
그냥 '어려움'이라고 말하지 않고, '난제'라고 했다. 짧은 말일수록 화자의 의도가 깃들기 마련이다.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명사]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나 사건.
[유의어] 역경, 난점, 난관
그는 '채용'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일' 혹은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문 밑에 유의어로 뜬 '역경'의 뜻도 찾아보았다.
[명사] 일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된 처지나 환경.
그는 '채용'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된 처지'인가 보다. (안쓰럽..)
억지로 뜯어낸 단서들을 하나씩 톺아보자.
채용은 그에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 앞으로 (계속)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달리 말하면, 사람을 못 뽑았고, 앞으로 계속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 포커스를 그와 그의 임무에 맞추면 '사람을 못 뽑은 것'이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못'이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은 난이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그냥 열심히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그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여전히 채용은 '어려운' 채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열심히 일할수록 그는 더 무력해지고, 자신의 역량을 문제의 원인으로 낙인찍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일한다.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닥친 일이 사라지진 않는다.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람이 없으니까. 시야는 좁아지고, 흐려진다. 사람이 필요하다. 일이 있다. 사람이 없다. 사람을 찾는다. 그건 나의 일이다. 우리 사람 언제 뽑아요? 노력 중입니다. 노력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해요.
'사건'은 보통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과는 다른 특별한 일'을 말한다. 혹은 의도가 없으면 '사고', 의도가 있으면 '사건'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소설에서는 구성의 3요소(인물, 사건,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사고'라도 좋다는 심정으로 '사건'을 기다린다. '인물'과 '배경'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일은 순조롭지 않다. 첫 단추를 구경해보지도 못한 채 마지막 단추를 끼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단추를 잠그려는데 단추가 없어서 새로운 단추를 찾는 중에 매달려 있던 단추도 자꾸 떨어져 나간다. 찾아야 하는 단추가 하나 더 늘었다. 급하다고 아무 단추나 달 순 없다. 옷에 맞는 좋은 단추를 찾아야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억울하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증명할 수가 없고, 발등엔 늘 불이 붙어 있다. 두꺼비는 깨진 구멍을 겨우 막고 있는데, 왜 물이 가득 차있지 않느냐고 매번 혼꾸멍이 난다. 두꺼비가 한 마리 더 있으면 그래도 낫겠다 싶은데, 두꺼비가 되고픈 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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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가뜩이나 슬픈 마음을 후벼파는 내용이 돼버렸다. 그러나 그에게 아직 작은 전의戰意라도 남아있다면, 제대로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을 고민해야 한다. 혼자서는 답이 없을 테니, 꼭 보스와 함께!! (말은 쉽지...)
아무리 뛰어난 병사라도, 맨손으로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이어서 읽기
+ 넷플릭스의 부검메일, 파타고니아의 퇴사인터뷰를 참고하여 회사에 건의했던 퇴사 메일에 관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