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일지도..
앞선 두 글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놓고 가겠습니다.
1부 '인디게임은 투자받기 어려운 가요?'
2부 '왜 인디게임은 투자받기 어려운 가요?'
자. 3부작의 마지막 '정말 인디게임은 투자받기 어려운 가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김없이 우리의 가상 사례인 '성냥팔이 소녀 홍춘이'와 '이메쿠라 스튜디오'와 함께해보죠.
먼저 2부 끝에서 언급된 '수익성'이라는 단어부터 해석해 볼까요.
(앞선 글의 10억 원 언급 때문에 10억 원만 넘기면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분들이 계셔서.. 금액이 얼마건 수익성이 진짜 핵심이 아니란 것을 먼저 밝혀 드립니다)
자. 직원 2명의 이메쿠라 스튜디오가 홍춘이를 통해서 올린 6개월 간의 수익은 3억 원입니다.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 볼게요.
과금 수익은 1억 원
광고 수익이 2억 원 이었습니다.
스토어 수수료는 과금 수익에만 붙습니다. 실제 수익은 7천만 원일 것이구요.
광고 수익은 admob이나 유니티 애드, 벙글 등 대부분 송금 수수료 포함하여 5% 미만입니다.
그럼 1.9억 원 이겠군요.
자, 실제로 홍춘이가 올린 수익은 2.6억 원입니다.
아마도 이메쿠라 스튜디오는 VC와 대화하면서 우리 2억보다 더 벌었는데 하며 속상해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VC도 압니다. 이미 그 6천은 썼을 것이라 가정하고 대화를 이어간 거죠.
아마도 그 6천에는 디자인 외주 비용과 아주 소액이라 해도 한번 쯤은 집행해 봤을 애드맙, 캐시슬라이드 등의 각종 모바일 광고비, 사무실 보증금, 임대비, 지방세, 주민세, 회식비, 혹시나 어디 기보 대출이라도 받았다면 대출 이자에 상환원금의 일부까지.. 등등이 포함되어 이미 소진되거나 소진 중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허나 여전히 2억 원 있다고 이메쿠라 스튜디오가 얘기했잖아요.
그리고 필요한 돈도 2억 원 정도구요.
이메쿠라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각자 부담하는 비용이 5:5니 충분히 페어하고 투자자에게도 유리한 조건이 아닌가 싶을 것입니다.
첫 글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입니다만 여기서 VC가 투자를 망설이는 큰 이유는 5:5냐. 유리하냐가 아니라
이번 투자금 2억 원과 기존 수익금 2억 원. 합계 4억 원의 투자로 만들어질 게임의 예상 수익 및 경쟁 시나리오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글 이후 많은 분들께서 10억 원 번 게임도 있어요.라는 답을 주셨지만 SUD 안상하님의 주행의 달인을 제외하면 모두 해외 인디게임들이구요. 특히나 2015년 출시된 국내 인디게임 중 10억 원 이상을 달성한 인디게임은 2015년 10월 05일 현재까지 전무한 실정입니다.
물론 MAF 게임즈의 중년기사 김봉식과 어썸피스의 좀비고, 그리고 21g의 대어부시대, NFLY 스튜디오의 무한의 계단 등이 현재 추세를 계속 이어간다고 가정할 때 10억 원을 달성할 확률이 높은 게임들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요.
이제부터는 홍춘이는 그간 경쟁했던 여타의 인디게임들과는 달리 넷마블의 레이븐, 웹젠의 뮤 오리진,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블리자드의 하스스톤과 같은 상업 게임들과 싸워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자. 다시 이메쿠라 스튜디오와 VC의 대화로 가보죠.
. 투자하게 되면 꼭 그들과 비교해야만 하나요?
/ 설명하신 게임의 특성을 보면 이미 인디게임의 범주를 벗어난 게임으로 보입니다.
/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길드와 가챠, 월정액 등 고액 결제자를 노리는 하드 한 BM 자체가 이미 인디게임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죠. 일반적인 상업 게임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 인디게임으로 성공한 홍춘이의 후속작이 상업 게임이 된다고 문제가 될 거라 생각되진 않는데요?
/ 인지도가 확보된 후속작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게임성을 무기로 어필하는 인디게임을 즐기던 유저가 하드 한 과금을 필요로 하는 상업 게임 유저로 바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미 유저들에게 인정받은 재미를 설계해 본 사람이 만드는 게임인데 상업 게임 못 만들 거라 걱정하는 건 너무 과한 걱정 아닐까요?
/ 재미없는 상업 게임이 될 거란 걱정보다는 기존 팬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상업 게임으로 유도하는 아이디어가 일단 부족하고, 개발 완료 후 시장 진입에 있어서 이미 성공한 상업 게임들의 견제와 마케팅을 어떻게 뚫고 갈지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걱정입니다.
. 디테일하게 말씀해 주심 안 되나요?
/ 가령 최근 출시된 게임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핀콘이 개발 및 퍼블리싱을 하고 네이버가 광고하는 '엔젤스톤'입니다.
비교하기 쉽게 엔젤스톤을 예시했습니다만..
기존 상업 게임 시장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이제부터 적어 드리겠습니다.
3D 그래픽 퀄리티는 개별 아트디렉터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게 크기 때문에 조금은 약하게 잡겠습니다만.. 콘텐츠 분량은 얘기가 다릅니다. 일단 이메쿠라가 준비해야 할 콘텐츠 분량이 이전에 만들던 수준이 아니죠.
엔젤스톤이 들고 있는 만큼은 들고서 시작해야 합니다.
생각하시는 4~5명의 디자인 인력들이 주인공과 몬스터 합쳐서 최소 30종 이상의 베이스 모델링과 50종 이상의 장비 디자인, 그리고 동수의 개체별 애니메이션, 이펙트, 배경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10개월 내로요. 홍보용 원화도 그려놔야죠. 텍스쳐 세트부터 해서 뒷목 잡을 디자이너분들이 눈에 선하네요.
BM은 그 자체로 콘텐츠입니다. 매우 정교하게 세팅해야 합니다. 게임 내 재화와 경제의 흐름을 MASS DATA를 보면서 잡는 건데.. 이건 해본 사람이 하는 일에 속합니다. 간단한 캐릭터 팩 정도 추가하던 인디게임의 BM과는 전혀 다른 경제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길드 콘텐츠 하나 더 있고 가챠 확률 조금 조정하는 정도로 커버하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클라이언트는 각종 3D 엔진 덕분에 만들기 쉬워졌으니 넘어가더라도 동시접속자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서버는 어떻게 할지 계획도 막연합니다. 천하의 넷마블도 자회사에게 서버 튜닝을 못 맡기는 게 현실입니다.
엔젤스톤의 첫 달 론칭 마케팅 비용만 30억 원이라는 썰이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 가장 시청률 좋은 복면가왕에 티저까지 넣어가며 마케팅을 퍼부었습니다.
엔젤스톤뿐이 아닙니다. TV에는 매일 캔디크러쉬소다와 크러쉬 오브 클랜, 서머너즈워, 레이븐, 도미네이션즈, 게임 오브 워의 광고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빈 슬롯 하나받기도 힘들 지경이에요.
홍춘이는 어떤 마케팅을 준비하실 건가요?
기존 홍춘이 유저 100만 명에게 푸시 메시지나 크로스 배너 정도 거는 것으로 정말 10만 명이 받아 줄 거라 보시나요?
게다가 100만 명이 전부 여전히 홍춘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이미 반 수 이상은 게임을 떠났거나 어플을 지웠을 것이란 건 구글 애널리틱스가 오늘도 보여주는 정보구요.
알려진 푸시 메시지와 크로스 배너 응답률과 설치율은 1% 수렴한다는 건 이젠 이 분야 상식에 속하는 데이터인데 10만은 너무 희망적인 숫자인 거 같습니다.
.
.
.
.
.
이런 이유들 때문에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투자받기 어려운 건 인디게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업 게임 개발사 역시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지요.
인디냐.. 상업이냐를 논하기에 앞서 이미 이 분야는 너무 고도화된 마케팅 전장 입니다.
.
.
.
분량 조절 실패했습니다.
내일 4편까지 가야 겠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
.
짤방은 모두의 경영과 이말년 서유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