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딱 20일 된 에어팟 프로 한 짝을... 회사 변기에 입수시켰다ㅡㅡ.
에어팟.
왠지 돈 아까워서 못 사고 못 사다가 상품권 하나 받아서 행복해하며 샀는데 20일만에 똥통으로.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냥 다시는 사지 말자, 그러길래 처음부터 사기 싫었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내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중년의 현타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집 전세 문제가지고 옥신각신하는데, 결국 나는 여전히 2억 5천만원 융통하기에는 능력이 없는 마흔둘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인생의 풍파가 남들보다 잦고 깊어 나 스스로에 대해 위로하는데 능해졌었다.
영화 '소공녀'였나, 집도 절도 없이 텐트 치고 살면서 담배와 위스키를 좋아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합리화하며 살았다.
요즘들어서야 자금 융통은 커녕 빚 9천 갚는 능력마저 부족한 나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 담배와 위스키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내 인생은 조금 나아질까.
꽁돈 같던 상품권이여 안녕.
너는 좋은 새해 액땜이었길 바란다.
아, 나는 참 긍정적으로 변했구나!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