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중 한 명이 요즘 들어 표정이 어둡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혼자 밥을 먹고 회사 주변을 배회합니다. 사무실에서 눈길도 마주치려 하지 않습니다. 회사 회식자리에서도 개인 볼일이 있다면서 빠집니다. 뭔가 느낌이 쌔~합니다. 어떤 직원은 어디선가 계속 전화가 옵니다. 사무실에서 받지 않고 밖에 나가서 한참 있다 들어옵니다. 누구에게 전화 왔냐고 물으면 그냥 친구라고 합니다. 뭔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연봉협상을 했습니다.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고 충분히 이해를 구했습니다. 직원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봉을 요구합니다. 사장은 회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만 하는 직원에게 화가 납니다.
이 같은 행동을 보인 직원들은 얼마 후 사장에게 독대를 요청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겁니다. 사장은 뭔가 눈치는 챘으나 미리 대화하기를 주저하다 이와 같은 현실을 마주합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일 것입니다.
이때 사장의 반응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쿨하게 알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직원을 설득하는 거죠. 직원들의 이직이 빈번한 회사는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합니다. 능력 있는 직원은 사장이 나서서 직원을 붙잡습니다. 그날 저녁 바로 술자리를 가지면서 설득작업을 하죠. 이 두 가지 반응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사장의 말과 행동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어떤 사장은 직원이 사직서를 들고 갔을 때 상투적으로 몇 마디 하고는 결재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때 직원은 마음의 상처를 엄청 받습니다.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직원들도 ‘아! 우리는 소모품에 불과하구나. 나도 나갈 때 저렇게 취급받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사장의 행동보다 직원이 나갈 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고 직원들을 사장을 평가합니다.
직원을 설득하여 붙잡아 앉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 붙잡는다는 것은 오랜 인연이 있거나 능력이 뛰어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직원은 사장이 자신을 붙들었으니 계속 기고만장합니다. 그 후에도 회사에 불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또 사장을 찾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직원을 붙잡기 위해 원하는 연봉을 맞춰 줬으면 더 문제입니다. 그 직원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결국 다른 이들이 알게 됩니다. 직원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나죠. ‘저 직원만 특별대우를 받는구나. 우린 도대체 뭐지?, 나도 연봉협상 때 딜을 해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더 심각한 문제는 회사의 직급 및 연봉체계 자체를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직원이 필요해서 붙잡았지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회사의 급여체계가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사장은 당장이 아쉬우니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급이나 연봉체계가 뒤죽박죽이 되면 바로잡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립니다.
한 번 그만두겠다고 한 직원은 반드시 그만둡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은 붙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붙잡아도 언젠가는 떠나갈 겁니다. 사장과 직원이 똑같이 하는 착각이 하나 있습니다. ‘저 친구가 없으면 회사가 엄청 힘들어질 거야.’, ‘내가 없으면 회사가 망할지도 몰라.’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능력이 있는 직원이 그만두면 회사와 남아 있는 직원들이 힘들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꾸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경험상 3개월 정도면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직원에게 끌려 다니지 마세요. 회사나 사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만두겠다.’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 말을 꺼냈을 때는 본인이 굉장히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봐야 하겠죠. 그동안 뭔가 회사나 사장에게 섭섭했던 것이 있었거나, 본인의 미래나 전문성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만약 사장에게 투정 부리거나 의중을 떠보려고 하는 행동이라면 그 직원을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분명히 또 그런 행동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와 직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경우 사장은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이 섭섭함을 느끼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못한 것에 대해서요. 자신이 일부 직원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장은 어떤 직원이든 나간다고 하면 최소한의 설득 작업을 해야 합니다. 능력이 있든 없든 회사가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회사가 공정하다고 느낍니다. 다른 직원이 퇴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차별을 느끼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요?
회사는 항상 직원과의 이별을 할 것이라 전제해야 합니다. 직원과는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좋게 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 직원을 퇴사시킬 때나, 직원이 일방적으로 그만둔다고 했다는 이유로 무리한 인수인계를 시킬 때 이별이 아름답지 못합니다.
문제 직원이 처음부터 문제 직원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떤 계기에 의해 사장에게 잘못 보이고 회사에 불만을 가졌을 겁니다. 이 친구들은 대화를 해보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방치되었거나 나름의 혜택을 못 본 과정에서 사장이나 회사에 섭섭함을 느꼈던 거죠. 서로 간에 소통이 전혀 안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직원들과 자주 면담을 해야 합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기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문제 직원이라고 낙인찍어 회사에서 내보내면 그 직원은 회사의 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괘씸하다고 인수인계 기간을 1~2달씩 하라고 하든가,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나가라는 식이죠. 이건 싸우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인수인계 기간은 2주 정도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의 직원들은 회사에 아무리 마음이 상해도 자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는 합니다.
채용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이 직원과 이별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떠날 직원과는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 직원과도 언젠가는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웃으면서 보내고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만둔다고 말하는 직원은 붙잡지 마세요. 그만둔다고 말한 후에 설득해 봤자 늦습니다. 사전에 직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때도 그만둔다면 차라리 그 직원을 위해 추천서 한 장을 써주는 것이 낫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