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선뜻 기대하기 어려운 장르와 요소의 결합이었기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었던 작품이었다. 시간대를 달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아니 환생과 함께 대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는 것보다 이 프로젝트가 더 궁금했던 건 무협과 SF가 결합된다는 점이었다. 이미 최동훈 감독은 전작 '전우치'를 통해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외계+인'은 마치 '한 번 갈 때까지 가볼까?'라는 마음으로 달려가는 영화 같았다. 많은 우려보다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았던 1부에 이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와 결말이 등장하는 2부를 보게 되었는데, '갈 때까지 가볼까?'라는 심정으로 뻗어나간 영화와는 다르게 조금은 심심함과 좋고 나쁨이 공존하는 영화였다.
로봇이 나오고 괴물 같은 외계인이 등장하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 평범한 2022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동시에 도사가 등장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외계+인 2부'는 어쩌면 가장 이질적인 것들을 한 그릇에 담아 놓은 것 같다. 평소 내러티브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 어떤 이상한 줄기의 이야기도 영화가 스스로 믿고 있다면 별문제 없이 감상하는 편인데, 오히려 내게 있어 '외계+인'은 영화 스스로가 강력한 믿음이 없는 것 같았다. 내러티브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극 중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절실하게 감정을 표현해 내면 쉽게 동화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가 장르적으로 자유롭게 뻗어나간 것에 비하면 인물들의 감정은 끝까지 치닫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외계인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는 하바의 폭발 시점이 분초를 다투며 줄어드는데, 이걸 반드시 시간 내에 막아내야 할 간절함은 더 잘 살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커다란 위기를 막아내야만 하는 당위성과 간절함을 더 절실하게 표현했다면 후반부의 리듬이 훨씬 더 잘 살고 오락영화로서 더 충족감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한 것들, 혹은 불편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하나로 버무릴 땐 오히려 가장 단순한 감정과 이야기를 극대화하는 편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말이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이런 부분을 특유의 유머로 보듬으려 했는데, 염정아, 조우진 두 배우의 연기와 앙상블은 좋았지만 다시 한번 코미디가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바꿔 말하면 역시 이질적인 것들(사극과 좀비)의 조합인 '킹덤'이 왜 좋았는가를 떠올려 보면, 세계관을 빠르게 설명한 뒤에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감정에 깊고 진지하게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외계+인' 역시 유머로 성긴 부분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유머를 배제한 더 진지한 스토리텔링이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가 소개하는 세계관에 쉽게 빠져드는 관객 입장에서, 이 세계관을 배경으로 더 진지하고 간절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아마 이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