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숯에 물을 줍니다

by Lim

제 작업실엔 작은 숯이 3개가 있습니다.

제일 긴게 20센치나 될까요.

숯 3개가 투박한 옹기 그릇에 담겨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 숯이 살아 있는 식물인양 물을 정성스레 줍니다.

혹시나 옆으로 흐르진 않을까, 물이 닿지 않는 곳이 있진 않을까, 조심하면서요.

물을 가득 담아 숯에 뿌려주면 말라있던 숯이 물을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기하게도 마른 숯이 젖으면 뽁뽁 물방울 터지는 소리가 납니다.

사실 저 숯의 역할은 가습기입니다.

숯은 살아있던 나무가 불에 모든 수분을 빼앗기고 남은 나무의 화석이고

그 비어진 수분을 채워주면 갈증을 느낀 숯이 신나게 물을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숯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암선고를 받고 모든 민간 요법을 시도할때 찜질이 암세포 사멸에 좋다는 말에 용각로 같이 뜨거운 숯찜질방을 다니신 적이 있습니다.

온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열기 앞에서 아버지는 암세포도 같이 태워지길 바라셨겠죠.

혼자는 그 열기를 감당하기 슬퍼 아버지와 같이 불 앞에 서곤 했습니다.

땀을 쫙 빼니까 개운하고 좋네, 라며 잠시 웃어보기도 하면서요.

찜질방을 나오는 길에 저 숯을 팔았습니다.

이미 쓰임이 다 한 숯은 가습기 대용으로 좋다며 다시 한번 쓰일곳을 찾고 있었죠.

아직도 그때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이거 몇개 가져가서 물을 부어 두면 건조할때 좋아. 아빠가 사줄게 가져가.

평소였으면 들고가기 귀찮아 안할래 라고 했을텐데 그날은 응 좋겠네. 하면서 받아왔었죠.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때라 예쁜 인테리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커먼 숯 덩이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숯에 7년째 물을 주고 있습니다.

말라진 숯에 물을 줄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이미 제 곁엔 없는 아버지이지만 제 마음 속엔 항상 살아계시는 아버지입니다.

정성껏 물을 주면 숯에서 새 생명이 자라날듯 오늘도 마음을 다해 물을 줍니다.


떠난 사람을 기리는 방법은 각자 다를겁니다.

쉼없이 떠올리거나 추억을 곱씹어 잊지 않으려 하죠.

눈이 오면 아버지와 함께 집 앞 눈을 쓸다 고갤 들어 바라본 하늘의 별이 생각이 나고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병원을 다니시던 아버지를 터미널로 마중나간 날 예상하지 못한 딸의 등장에 활짝 웃으시던 얼굴도 생각이 납니다.

고마움과 미안함의 얼굴로 제 손을 잡으셨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의 촉감도 생생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은 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나무 토막에 열심히 물을 주는 이유는 가버린 것들에 대한 애도와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남겨진 자의 슬픔 때문입니다.

아무리 물을 열심히 줘도 살아나지 않는 숯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던 너를 잊지 않고 있다고

절대 잊지 않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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