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콘텐츠52> 4회
주진우와 MBC 보도국이 만났다. 첫 회부터 막강한 화력을 뿜었다. 두 만남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윈윈 게임이었다. MBC 보도국은 현재 명성은 남아 있지만 내실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시스템과 사람이 돌아가지 않아 여기저기 녹슬어 있어 취재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들에겐 특종을 만들 교두보가 필요하다.
반면 주진우 기자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는 시사저널 때부터 무수한 특종을 터뜨렸지만 매체력이 부족한 곳에 있다 보니 기사가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종종 후속보도가 없어서 묻힐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자유롭게 취재할 공간이 허락되는 주간지에 있어서 남다른 실력을 쌓을 수 있었지만 더 성장할 수 없는 한계도 느꼈다. 그에게는 그의 말을 실어줄 확실한 매체가 필요했다. 그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은 건 <나꼼수> 때부터였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그는 포스트 나꼼수 시대 매체력 부족을 다시 절감했을 거다.
주진우 기자는 진행자로 나서고 있지만 실상 쉐도우 CP의 역할도 겸하고 있을 거다. 그가 물어다주는 아이템들이 취재의 시발점이다. 첫방 준비를 많이 했다. 시사인 창간호가 떠올랐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오랜 파업을 끝내고 시사인을 만들었을 때 그 소식은 신정아 단독 인터뷰였다. 그 뒤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가 있었다. 최근 JTBC를 봐도 알겠지만, 저널리즘은 결국 특종으로 자리매김하고 도약하고 성장한다.
프로그램은 다소 거칠다. 주진우 기자의 진행 능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정통 프로그램 진행자로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 김의성이 그만큼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구성도 눈에 띈다. ‘우리도 이렇게 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 많은 아이템을 쏟아냈지만 시청자들이 본방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큼 친절하지는 않았다. 구성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 시간 프로그램이 후반 작업을 많이 하지 않는 건 약점이긴 하다.
장기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보도국 기자들의 태도에 달렸다. 자존심 센 기자들이 주진우 기자를 머리 위에 올려놓은 게 뜻밖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조직이 전과 달리 어려움이 많다는 현실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편 <PD수첩>의 진로가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역 없는 방송을 했었던, 그리고 다시 하려는 프로그램이 성역도 없고 취재 네트워크도 막강한 프로그램과 대적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차피 <그것이알고싶다>는 영역 자체가 다르니 생존할 방도가 분명 있는데 <PD수첩>은 그렇지 않다. 주진우 기자가 <PD수첩>과 만났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거래 관계가 더 탄탄해서 더 오래 가는 콘텐츠가 될 거라 전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스트레이트>가 앞으로 쏟아낼 기사들이 벌써 기대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가길 바란다. MBC 조직원으로서, 또 대한민국 시청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