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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숨씀 Jul 23. 2019

어떻게든 됩니다

송해 할아버지가 <전국노래자랑>을 오랫동안 끌고 올 수 있었던 힘

솔직히 송해 할아버지만큼 박력 있는 남자가 있을까. 

매주 일요일 점심을 책임지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이 박력남은 외친다.


"일요일의 남자, 송해가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오전 회의에서 비명을 지르듯 큰소리로 말한다.

"어떻게든 될 거야!"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회의합시다”지만, 회의실에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어떻게든 되겠죠”다. 자칫 무책임해 보일 수 있는 이 말을 꼭 일상생활 중간중간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떻게든 되겠죠!”라고 말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나만의 기준은 명확하다. 그건 바로 지치기 전까지만 노력하기.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내가 한 일에 최소한 후회는 없으리라는 보장이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력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린다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최선을 다하되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이 원칙은 성공과 실패에서 벗어나 ‘지금의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매일 조금씩 괜찮은 나’로 변화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곤 했다.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척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이 나를 무너뜨릴 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건 일상의 균형, 마음의 균형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마지막 회에 송해가 출연해 전국노래자랑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답하는 장면이 있었다.


처음부터 장수 프로가 될 줄 알았냐구요? 아유, 몰랐지요. 장수 프로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오래갈 줄 모르고 '한 번 내가 땜빵으로 껴서 해 볼까?' 그렇지 않으면 또 '잘 해보다가 안 되면 접지 뭐' 이러고 기본 프로가 장수 프로가 된 프로가 많습니다. 30년 전, 40년 전부터 이건 오래오래 갈 거다 하고 시작하는 프로는 없습니다. 사람의 인연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 줄 모르고 서로 맺은 인연인데 이게 오래오래 가는 그런 인연이 우리 주변에 많잖습니까? 그런 겁니다.


송해가 사십 년 가까이 전국노래자랑을 끌고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잘 해보다가 안 되면 접지’라는 마음 즉, ‘최선을 다하되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라는 나의 원칙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거꾸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 최선을 다했다면 된 거다. 그 다음 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일요일의 남자 송해 할아버지의 말처럼 그런 겁니다. 인생도, 어떻게든 됩니다.





* 드라마 <프로듀사>를 좋아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정주행합니다. 대사도 외웠다고요!

* 왠지 내일도 출근해서 버릇처럼 말하게 될 것 같다. 어떻게든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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