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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Nov 14. 2015

나를 괴롭히지마, 이유가 뭐든지.

La La La - Naughty Boy ft. Sam Smith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사람은 약하면 이런저런 유혹에 빠지거나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게 된다고. 훌륭한 사람은 그 어떤 일이 눈 앞에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는 나를 많이 다그쳤고, 때로 자신 없어 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들 때는 나를 겁쟁이라 하거나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할 때까지 정색을 하며 어떻게든 내가 두려움을 스스로 깨게 했다. 대부분은 자존심이 상한 내가 억지로 부모님 말대로 하고, 왜 좀 더 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누차의 꾸중을 듣는 식이었다.


자신감 있게 좀 하란 말야!


스스로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한 초등학생 때, 누나와 나를 바람 쐬어 준다고 어디 체험학습장으로 간 적이 있다. 그 때 하나 기억나는 게 물레방아에 올라가 내 발로 직접 구르는 체험이 있었다. 나는 딱히 하고픈 맘이 없는데 부모님은 뭐든 해보는 게 좋다며 내 등을 자꾸 떠밀었다. 나는 힘도 그리 세지 않았고 물레방아 밑에 발이 빠지면 어쩌지 겁이 나서 재차 고개를 저었다. 내 부모님은 거절하면 더 세게 몰아붙이는 성격이라 나는 물레방아 위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상대로 물레는 잘 안 움직였고 나는 내려오려고 했지만 부모님은 겁쟁이라며 나를 다시 자극했다. 그 때의 기억은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부끄러운 감정, 그뿐이다.


취지는 좋았다. 다양한 체험.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자존심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그 사소한 체험을 시켜야 했을까. 어쩌면 부모님은 내게 여러 체험을 시켜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어린 자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걸 눈뜨고 볼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도 지금도 느끼는 건 그런 체험이 인생을 사는 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그 일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혼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모님의 요구에 응할 때마다 나는 자유가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는 동시에 반항하지도 못하는 자신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냥 해!


스물을 갓 넘겨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부모님은 나를 멋대로 제어하고 싶어 한다. 웃긴 건 가끔 부모님도 내게 어떤 행동을 요구할 때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큰 소리치며 나를 몰아세웠지만, 정작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을 땐 우물쭈물대는 것이다. 어쩔 때는 부모님이 나를 한 마리 강아지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물론 좋은 의미도 포함하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삶의 방향을 찾고 많은 일을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나에겐 그리 반갑지 않은 대우다. 이젠 혼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거다.


시도 때도 없이, 부모님의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내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건 내 성장을 위해서, 내 인생을 위해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다행히 오랫동안 연습을 거듭해서, 이젠 부모님이 나를 자극해도 웬만해선 내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다. 내게 기분 나쁜 말을 할 때마다, '아, 저건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의 말이야' 하며 한 귀로 흘린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점을 내게 지적하면 나는 더 적극적으로 무시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지양해야 하는 행동이지만, 나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거짓뿐인 가정의 화목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철저히 부술 것이다.



Naughty Boy - la la la(ft. Sam Smith)


MV

https://youtu.be/3O1_3zBUKM8


la, la la la...


Hush, don't speak

When you spit your venom, keep it shut I hate it

When you hiss and preach

About your new messiah cause your theories catch fire

쉿, 말하지 마

네가 독을 뱉을 때는, 그 입 좀 닫아 난 정말 싫거든

네가 강하게 설교할 때도 말야

너의 새 구세주에 열이 올라서


I can't find your silver lining

I don't mean to judge

But when you read your speech, its tiring

Enough is enough

네 말에서 난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어

내가 판단하려는 건 아니지만

네가 네 이야기를 할 땐 너무 지루해

그만하면 됐잖아


I'm covering my ears like a kid

When your words mean nothing, I go la la la

I'm turning off the volume when you speak

Cause if my heart can't stop it,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난 어린 아이처럼 두 귀를 감싸

네가 아무 의미 없는 말을 지껄일 땐 나는 라 라 라

네가 말할 때 난 소리를 꺼

내 마음이 견디지 못하면 난 널 막을 방법을 찾아

라 라, 라 라 라...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라 라, 라 라 라...


Yes our love is running out of time

I won't count the hours, rather be a coward

When our words collide

I'm gonna drown you out before I lose my mind

그래 우리 사랑은 끝나가고 있지

남은 시간을 세진 않겠어, 차라리 겁쟁이가 되고 말지

우리들의 말이 충돌할 때는

널 물에 떠내려 보낼 거야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말이야


I can't find your silver lining

I don't mean to judge

But when you read your speech, its tiring

Enough is enough


I'm covering my ears like a kid

When your words mean nothing, I go la la la

I'm turning off the volume when you speak

Cause if my heart cant stop it,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I found a way to block it, oh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I'm covering my ears like a kid

When your words mean nothing, I go la la la

I'm turning off the volume when you speak

Cause if my heart can't stop it,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I'm covering my ears like a kid

When your words mean nothing, I go la la la

I'm turning off the volume when you speak

Cause if my heart can't stop it, I found a way to block it, I go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너 알아서 해.


원하던 바다. 아직까지 집에서 쫓겨 나거나 경제적인 도움이 끊기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요즘 부쩍 나에게 저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반항심에 불타는 사춘기 소년같다.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 오지 않은 사춘기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에야 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 반항하는 건 이 목표에 방해만 되기 때문에 나는 불만이 있어도 꾹꾹 참기만 했었다. 아닌 건 아닌 건데, 아니어도 괜찮다는 듯이 나는 흐르는 물처럼 그저 모든 것을 포용하곤 했다. 긁어부스럼을 만들기 싫었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더 이상 부모님, 그리고 누나의 잘못과 모순을 눈 감아 주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할 이유가 없다. 물론 갑자기 불만이 많아진 내가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나는 이제 좀 공평하게 살고 싶다. 내가 꾸중을 듣는다면 부모님과 누나도 분명히 책잡힐 일이 있다. 자신이 모든 일에서 당당하지 못하다면 나를 다그치거나 비난할 자격은 없다. 어릴 땐 항상 나만 잘못이고 나만 부족하다는 생각에 늘 괴로웠지만, 이젠 나만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실수하거나, 남들보다 잘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늘 스스로를 채찍질한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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