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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Jan 12. 2016

대학교를 자퇴할 것 같다

휴학 기간이 끝나간다. 복학을 할지, 자퇴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2월 초순에 학교에서 복학 신청을 받는다. 학교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대학교는 또 다른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었고, 명확한 비전이 안 보였다. 충분히 미래를 내다 볼 여건이 마련돼있지만 내가 못 본 걸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대학교에서 내가 더 발전되리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오히려 학점에 발묶여 하고 싶은 걸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은 그곳으로부터 나는 탈출해야 한다.


솔직히 막연하다. 자퇴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론 대학교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각각의 교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내용을 외우고, 시험 끝나면 잊어버리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저 4년 채우고 졸업한 후에 나는 그냥 4년제 대학 졸업생.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그저 학교나 다닌, 그마저도 배운 거 다 까먹은 속 빈 학위. 나는 이것보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지금까지의 내 삶과 앞으로의 삶을 위해 꼭 그래야만 한다.


대략적으로 우선, 알바를 하려고 한다. 가족들 입장에서 나는 힘들게 들어간 대학을 생각도 없이 때려치워버린 멍청이다. 이런 상황에서 돈도 안 벌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그 사람들의 공분을 살 것이다. 그래서 알바로 번 돈으로 일단 기본적인 것들, 그러니까 핸드폰 요금, 내가 사고 싶은 책이나 참고서, 학원비 등을 충당하려고 한다. 이런 이유 말고도, 뭔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평생 죽은 지식만 주입받아 나까지 죽은 듯한 기분이었으나, 일을 하고 급여를 지급받는 건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를 깊이 공부할 작정이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교재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영화나, 외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배울 의지만 있다면 돈이 들지 않는 소재로도 더할 나위 없는 공부가 될 수 있다. 만약에 돈이 든다면 토익이나 토플 참고서와 시험 비용 정도. 난 어릴 때부터 영어가 재밌었다. 항상 작은 학원만 전전하긴 했지만 선생님들로부터 잘 배운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었고, 발음도 늘 고민하고 연습해서 괜찮은 정도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두 가지 쯤. 미국가서 영어로 사람들과 자유로운 대화. 그리고 통역사 자격증. 맞다. '어.렵.다.' so what? 나는 늘 깊은 공부가 그리웠었다. 어릴 땐 수학적으로, 혹은 언어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유레카에 견줄 만한 나름의 깨달음도 많이 얻었었다. 그런데 점점 학습량이 많아지고 선행학습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한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면 분명히 지금껏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래 학원에 다니고 싶다. 물론 가격이 비싸다면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그래도 한 달 50만원 이하라면 괜찮지 않을까 여긴다. 틈나는 대로 연습해서 K팝스타,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거다.


분명 대학교 다닐 때보다는 정돈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의 삶이 될 거라 확신한다. 다만, 이제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늘 가슴에 충만할 거라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지 찾는 여정이 될 거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다. 내가 지금 생각해낸 건 영어와 노래 딱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건 내가 앞으로 이것들에만 관심과 집중을 쏟을 거라는 의미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내가 내 삶을 위해 한 발을 내딛었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 삶을 개척할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가 믿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 그 장소는 적어도 본질과 멀리 떨어진 대학교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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