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K Jan 16. 2017

삶의 철학 15 - 혼자 사는 사회

고도화된 도시가 만들어 낸 홀로 사는 시대에 어떻게 안착할 것인가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동물이라고 지금까지 배워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인간관계의 물리적 접촉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현상의 결정체는  "혼자 살기"라고 볼 수 있다. 곧 전체 가구 수의 1/3 이 1인 가구가 된다는 추세는 이제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점점 혼자 살게 되었을까? 그것이 우리가 원한 삶의 궁극적 가치관일까? 그게 정말 옳은 삶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중요한 사회환경적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는 지금 말하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다.  문자나 카톡보다 목소리로 전화하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 든 건 나만의 생각일까?  서로 눈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TV의 화면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관계란 본디 서로 만나고, 눈을 보고 대화하고, 스킨십을 나누면서 깊어질 수 있을 텐데 이젠 친구든 가족이든 만나지도 않고, 목소리를 나누지도 않고, 악수나 포옹도 하지 않는 비대면적 관계들이 주류가 되었다. 대신 말 못 하는 반려동물들이 그 관계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둘째, 우리는 이제 돈이 없이는 사람답게 살 수 없다.  사회 시스템이 미개한 시대에는 소득이 거의 없어도 살아갈 수 있었다. 즉, 의식주만 해결되면 삶을 위해 필요한 부대 비용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고도화된 도시는 돈 없이는 단 하루도 사회적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심지어 소득이 없어도 내는 공과금, 보험료, 통신비 등이 즐비하게  내 돈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경제적 의무가 삶을 온통 지배하게 되면서 남을 생각할 여유는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말이다. 서로가 각자 살길을 찾아야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사라졌다.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밤샘하는 취준생들을 한심하다고 말하기 전에 국가기관 외에 내 삶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직업들이 아예 없어져버린 현실을 무시해선 안된다. 심지어 내 가족도 결혼도 미래가 보장된 안전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고 있다.  그 무엇도 확실하게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어느덧 이런 불안정성이 삶의 일상이 되고 있다.


넷째, 무병장수가 한국에선 축복이 아닌 긴 불행이 될 수 있다. 삶은 본디 노동과 소비가 함께 유지될 때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중년의 은퇴가 되면 노동은 사라지고 오직 생존을 위한 소비만 남게 된다. 수명이 늘어나니 소비는 계속해야 하나 노동은 단절되어 소득이 없는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삶의 시간만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것도 대부분 혼자서 일 가능성이 높다. (노인빈곤율 OECD 1위로 노인 2명 중 1명 수준이다.)

결국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만나지도 깊게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 채 돈을 반드시 벌어야만 살 수 있는 각박한 현실과 불안정한 미래, 그리고 조만간 닥쳐올 경력의 단절에 대한 불안감들을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오직 혼자만의 고민과 고독으로 안고 살게 된 것이다.  


그렇다 홀로 사는 것은 대세적 흐름이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러한 조건들을 그대로 수용하며 혼자 사는 삶을 순응할 것인가? 그것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옳은 것일까?  아니면 테제와 안티 테제, 그리고 신테제의 문제일까? 


만약 노인이 되어서까지도 개, 고양이와 함께 혼자 살기를 평생 행복하게 즐길 성향이라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될 것이지만 만약 말없는 동물보다는 여러모로 관계하기에는 피곤하지만 그래도 인간들과 삶과 공간을 나누고 즐기고자 한다면 나는 다음의 몇 가지 솔루션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좀 극단적이지만 과감하게 원시의 공간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 살기가 된 대부분의 원인은 이미 밝혔듯이 도시화, 고도화된 문명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시골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사람과 사람의 상호 협력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곳으로 삶을 옮기는 것이다.  도시보다는 농촌, 문명보다는 원시가 그것이다. 꼭 한국일 필요도 없다.  급속한 경제 발전보다는 인간적 성장을 국가적으로 추구하는 "부탄"이란 나라야 말로 최고의 정착지가 될 수 있다. 매달 강제로 낼 돈도 거의 없으니 스트레스도 낮을 것이다.


둘째, 평생 같은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을 찾고 진지한 관계를 넓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은 동호인 혹은 소공동체 주거 문화가 대중화되어 있다. 같은 관심사나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들이 여럿이 함께 모여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혼자 살기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새로운 동거(?) 문화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금부터 부지런히 이런 준비를 해두면 나중에 꼭 결혼하지 않고도 얄팍하지 않은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묻고 따지지 말고 웬만하면 무조건 결혼하자. 혼자 살면서 굳이 개, 고양이와 사는 것은 소중한 내 시간과 돈을 빼앗기기 싫어서, 혹은 관계의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소극적 인생관의 발로일 수 있다. 정말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면 둘이 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도저히 믿을 건덕지가 없다고 느껴도 내 가족만큼 그래도 강인하고 장기적 관계도 없으니 정말 현명한 선택으로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출산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할 듯하다. 잘못 만난 이와는 이혼하면 될 뿐이지만 출산은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이자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 답을 찾지 않고 세상에 내 몸과 마음을 무작정 내맡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삶도 없을 것이다. 지혜로운 누군가는 이 험난하고 고독한 세상에서도 신테제를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철학 14 - 종교가 필요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