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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Jan 27. 2017

그린란드 일루리사트 - 썰매견의 삶

홍씨의 세그림. 42화

'17. 1. 21


 함부로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삶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봄이 씁쓸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


 개썰매를 탔다. 9마리의 개들이 나와 주인 아저씨를 태운 썰매를 끌어주었다. 평소 그들의 삶을 스쳐본 바, 썰매견들은 조금은 쓸쓸하고 심심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공터에 묶인 채로 길러지는 썰매견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모두 3~4M 정도 되는 줄에 묶여 있는데, 대부분이 가만히 앉아 있거나 몸을 말고 누워있다. 이곳 겨울의 혹독함이 그들에겐 별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의연하다(영하 15도 이하까지도 기온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그들도 뭔가 하는게 있다면 종종 "아우~"하며 울거나 낑낑 소리를 내는 것이다. 당연히 그 소리는 서글프게 들린다.


 개썰매를 타러 가는 길에 픽업 운전사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개들은 전부 썰매견인가요?"

 그러나 그는 내 말이 잘 들리지 않았는지 엉뚱한 대답을 해주었다.

 "보통 개들은 15~16년 살아요. 그런데 썰매견들은 일이 고돼서 그들이 대게 5~6살이 되었을 때 더이상 썰매를 끌 수 없게 되고, 몸이 많이 망가져요. 그러면 주인들은 그들을 죽여요."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튼 씁쓸한 이야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투어에 참여했는데, 개들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되물었다.


 "그럼 묶여 있는 녀석들 말고 자유로운 녀석들은 뭐예요?"

 "보통 태어나서 반년은 자유롭게 살도록 내버려 둬요. 그 외에 나이든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녀석들은 공무원이 잡아가요. 그러곤 주인을 찾아주는데, 역시 주인이 없으면 죽여요."


 이럴수가... 순진무구한 눈으로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반기는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기본적으로 동물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강아지를 키운 적은 없지만,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면 대게 말을 걸고 만져준다(만져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내가 혹여나 썰매견들의 가혹한 삶에 일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조금 더해졌다.



 그럼에도 개썰매는 재미있었다. 꽤나 추울 수 있기에 물개 가죽으로 된 상/하의와(심지어 저번엔 귀여운 물개를 먹기도 했다. 으... 나라는 녀석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엄청나게 두툼한 신발을 신고 썰매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 왠지 꽤나 재미있다. 개들이 종종 걸음 치거나 눈길을 해치며 달리는 뒷모습과 그들의 살랑대는 꼬리, 통통 튀는 발걸음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개들은 쌓인 눈을 한두입씩 베어먹었다. 달렸더니 목이 마른가보다. 그리곤 나와 주인 아저씨에게 몰려와 애정을 표현한다. 주인 아저씨는 개들이 자랑스러운 듯, 그들의 이름과 나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셨다.


 "아주 강한 녀석들이죠."


 그리고는 강아지들에게 다정한 말투로 무어라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난 그런 강아지들의 쓸쓸해 보이는 삶에 대해,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도 그들을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난 강아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그들을 쓰다듬었다.


 썰매를 다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떤 경찰같은 사람이 큰 개를 길가로 데리고 가더니 총으로 쏘는 것을 목격했다. 총을 맞은 개는 풀썩 쓰러졌다. 이미 들었던 이야기이건만 실제로 그 광경을 목격하니 충격적이었다. 여행 중 마주친 가장 안타깝고 슬픈 광경이었다.


 다시 길을 가던 중,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어린 강아지가 보였다. 내가 손벽을 치고 우쭈쭈 하니 녀석은 금새 달려왔다. 건강하고 항상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녀석을 당분간 쓰다듬었다. 녀석은 그게 좋은지 내 다리에 몸을 기대며 얼굴을 내 장갑에 파묻었다.



방 안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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