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혁신프로젝트 첫번째 이야기
홍보인 수난시대다. 지원부서로 사내 영향력은 한계가 있는데, 숱한 논란 속에 '김영란 법' 도입으로 사기는 예전 같지 않다. 불경기에 예산은 묶이거나 줄었다. 기업과 사회의 근시안적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현실을 받아 들일 때다. 기존 홍보 방식이 시대와 맞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시대의 차이는 '여론독점의 붕괴'다. 과거에는 보도와 비평, 의제설정 등이 기자와 언론을 통해 이뤄졌다. 기자를 거치지 않으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홍보인의 업무 대부분은 기자와 언론사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긍정기사를 늘리고, 부정기사는 줄이며, 아침마다 보도자료를, 저녁에는 개개의 기자를 만나 기획자료를 전했다. 전화로 대화하고, 만나서 ‘술밥’을 나눴다.
그런데 인터넷, 모바일 시대로 진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언론사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신규매체가 쏟아졌다. 독자였던 사람들이 뉴스 채널을 뚝딱 만들어 낸다. 흔들리는 언론인 위상만큼 홍보인의 입지도 불안해 진다. 언론은 여론독점자에서 여론참여자로 다운그레이드 됐다. 홍보인의 업무방식은 비용 대비 효과가 극적으로 낮아졌다.
학계에 '마케팅마이오피아'라는 말이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바로 앞 닥친 상황만 고려한 마케팅이다. 1975년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하버드대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 제목이다. 레빗 교수는 근시안적 시각을 가진 조직 또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적극 공감하며, 홍보인이 PR 마이오피아(PR-myopia)를 깰 비책을 고민해 본다.
하나, 자체적 뉴미디어 채널을 구축한다. 누구나 매체를 만들어내는 시대라는 건 기업도, 홍보인도 직접 할 수 있다는 의미다. SNS를 통해 사용자와 만나고, 소통하면 스스로 멋진 '스피커'가 된다.
둘, 오피니언리더를 접촉하고, 관리한다. 업계나 소셜채널에는 언론, 기자만큼 높은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말 한마디, 글 한귀절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회사에 우호적 시각을 갖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은 뉴미디어 저널리스트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이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만나 '인플루엔서'라는 지위를 얻는다. 그리고 기자나 매체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영향을 나의 오너에게, 고객에게, 업계에, 시장에 미친다.
셋, 정보활동과 트렌드 파악이다. 기업, 특히 스타트업은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여있다. 최신정보와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 키워드 파악에 목마르다. 홍보인은 기자, 업계 및 정부 관계자 등 귀중한 정보원과 만난다. 이렇게 얻은 콘텐츠를 정교하게 다듬고, 회사 정책 및 경영에 반영되도록 설계한다면 존재 가치는 업그레이드 된다.
넷, 행사를 주관하고, 네트워킹하라. 홍보팀은 기자간담회와 설명회, 시연회 등 다양한 공식행사를 통해 미디어와 소통한다. 나아가 컨퍼런스, 업계 네트워킹 파티 등 오프라인 모임을 직접 만들고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파트너, 제휴사와 협업하는 플랫폼기업 모델이라면 가치는 더욱 돋보일 터다.
다섯, 기업문화 형성과 사회공헌이다. 고객만큼 중요한 존재가 '내부 구성원'이다. 홍보인은 밖으로 보이는 기업 가치와 조직문화가 형성되도록 유관부서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책임이 생긴다. 겨울에 연탄을 나르고, 성금을 걷어 불우이웃을 돕는 원초적인 사회공헌은 대기업에게 맡길 일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능기부형‘으로 구현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사회공헌 기획은 홍보인의 것이다.
지난해 말,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가 구글을 앞질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스 소비는 ‘입소문’이 포인트란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요즘 소셜 채널을 업무에 접목해 '스타기자', 혹은 '소셜인플루엔서' 등으로 거듭난 기자들이 늘었다. 시대가 변해도 홍보인은 언론, 기자와 '결'을 같이 한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역할에 익숙했던 기자는 전문가로 변해야 하고, 홍보인도 그렇게 가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