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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moon Dec 05. 2016

스타트업 홍보, 나부터 알려라

#PR혁신프로젝트 두번째 이야기

기업의 홍보부서는 전략이나 기획, 설계자의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혹자의 말처럼 국정, 뭐시기와도 유사하다. 홍보인 역할도 그래왔다. 노골적으로 본인이 드러나면, 소위 '뜨고 싶어 안달난 관종'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는 최소화한 채 소속 회사를, 서비스를, CEO를 빛내는 활동을 덕목으로 여겼다.

우리가 상대하는 산업, 경제부 기자는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 사는 이들이다. 새벽같이 그날 쓸 기사를 발제하고, 취재원을 만나거나, 각종 행사를 누비면서 '단독거리'를 찾는다.  
 
◆스타트업 보도자료, 매일 아침 경쟁률 30:1
이들 메일함에는 적게는 100여개, 많으면 300개 이상의 보도자료가 매일 쏟아진다. 이 중 빛을 보는 자료는 10개 내외다. 기업 소식을 기사화했다면 그것은 높은 경쟁율을 뚫고, 무수한 게이트키핑(출입기자> 데스크 > 편집 등)을 거쳐 세상과 만나게 한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고, 자료를 간택한 '게이트키퍼'에 감사하며, 로또를 사라('운 좋은 날'이라는 중의적 표현이니 당첨은 책임 못집니다).

주변에 날고, 긴다는 홍보인이 꽤 있다. 이들은 기업의 지원으로 뛰어난 인적구성과 프로세스, 네트워크, 그리고 화려한 PR 소재로 무장했다. 자사 소식을 기사화하기 위해 동료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기자실 운영 등 취재 편의를 제공하며, 언론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십수년간 홍보실을 운영하며 쌓아온 기업 고유의 PR 프로세스는 부러운 자산이다. 대학을 갖 졸업한 신입을 데려다놔도, 단 3주면 현장으로 내보내 한사람 몫을 시킬 수 있다(되새기니, 좀 무서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스타트업 홍보는 외롭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일은 많지 않고, 회사 내에서 성과를 알아봐주는 일은 적다. 실제로 눈에 띄는 퍼포먼스도 어렵다.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아웃스탠딩, 플래텀, 비석세스 등 전문 언론사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주무대는 여전히 통신, 전자, 게임, 중기벤처 등 대기업과 계열사를 종횡무진하는 기자들이 있는 곳이다.

▲ 한 언론사 주최 포럼에 나서 내년도 숙박 O2O 시장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 홍보인, 전달자에서 스타트업 전문가로 거듭나야
대도서관, 도티, 양띵은 국내 탑 클래스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스타들이다. 홍보인 중에선 나올 수 없을까. 미디어를 주로 상대하는 '홍보'도 이 같은 구조로 가야한다.

'뉴스 유통의 격변기'다. 기자들 조차 각종 채널에서 보도 비전문가들에게 패하는 일이 잦다. 비전문가는 지식의 깊이 면에서 이미 기자들의 수준을 앞지른 존재다. 정보 가공과 전달자 역할에 익숙했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하루 아침에 전문가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일부 기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스페셜'을 택한다.

페이스북에 취재 후일담을 남기고, 기사로 온전히 담지 못하는 현장을 라이브방송으로 전한다. 때로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로 옮겨 뉴스를 직접 설명하고, 책도 쓴다. 출입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 보일 수 없는 자신감이다.

국내 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의 활동은 다른 매체 기자들과 사뭇 다르다. 우선 기사의 양보다 질에 집중한다. 3명의 소수인원으로 활동하는 데, 각자 주 2~3건의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독자나 취재원과 소통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자기 기사를 세일즈한다. 업계에서 유명한 기자가 돼야 한다는 욕구도 있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쿼츠(Quartz)'는 성공비결 중 하나로 '전문가의 기자 영입'을 꼽았다. 이들은 전문가에게 기자되는 방식을 가르치고, 기사를 쓰게 한다. 경제학 박사를 데려와 경제전문기자로 활용하는 식이다.

PR 담당자 역시 전달자에서 전문가로 거듭날 때다. 숙박O2O 기업에 몸 담았다면, 기자들에게 O2O(온·오프라인 연계) 전문가로 불려야 한다. 그러면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세상이 그러하듯, 기자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 끌린다.

얼마 전 KUPRA(한국대학생 PR동아리연합회) 초청으로 스타트업과 서비스를 주제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 모인 학생들에게 떠오르는 O2O 브랜드를 물었더니, 배달의민족부터 직방, 카카오택시, 고맙게도 여기어때까지 다양한 배달, 부동산, 운송, 숙박 서비스가 나열됐다. 10초도 안걸렸다.

특정 시장에서 먼저 떠오르는 '존재'로 자리잡는 건 자랑스럽고, 가슴뛰는 일이다. 당신의 홍보담당자는 업계를 대표하고 있는가. 조직에 안주하는 개인에서 조직을 뛰어넘는 개인 브랜드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시도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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