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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우 안토니오 Mar 05. 2022

적당히 삭아버린 꽃다발에서

대표님이 어딘가에서 상을 받아오셨다.


같이 딸려온 꽃다발은 회의용 탁자 위를 며칠동안 점유하며 서서히 사그러들었다.


물을 갈아줄까?

고민만 하다가 이윽고 삭아버린 꽃다발은 쓰레기통으로  가볍게 직행했다.


꽃다발에 아직 살아있던 녀석들이 보였고 행여 물꽂이로 살려낼 수 있을까 싶어 헤집었다.


그리고 몇 가닥을 건져 물통에 꽂아놓고 말을 걸어보았다.


세상에서 이런저런 쓰임으로 살아가다가 은퇴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밀려든다.


아직도 쓸만한데...

평생 살아온 루틴으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고 버림을 받은 이들이 다른 텃밭으로 옮겨가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나도 공부해서 얻어지는 스킬보다는 그 스킬이 어떻게 쓰여야 되는 지만 생각하며 일해온 지가 좀 되었다.


이제 그마저도 둔해지면 다른 재능을 찾아 내 정체성을 새로 만들어내야 할테지.


꽃이었던 것들이 책임져야될 것들이 되어 아름다움의 향유보다는 생존여부만 관찰하는 대상이 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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