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beautiful, Period.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아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럼 지금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가? 오늘은 좀 근본적인, 사실은 다이어트 블로그를 쓰면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이야기를 조금 늦었지만 해보려고 한다.
이 전 글에 ‘살찐 건 병이다’라고 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지만 살찐 건 병이다. 하지만 살찐 건 죄가 아니다.
나는 평생을 뚱뚱한 몸을 가지고 살았다. 나의 초등학교 별명은 줄곳 날으는 돈가스였다. 어릴 때부터 많은 놀림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살’은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 가장 강력한 키워드였다. 지금도 나를 기억하는 많은 친구들은 나를 ‘뚱뚱했던 애’ 로 기억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감사한 것은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을 싫어해본 적이 없다.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Before사진을 찍었을 때도 다른 Before and after 사진처럼 슬픈 얼굴로 찍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난 슬프지도 내가 싫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TV 에 나오는 그런 몸을 가지고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을 했을 뿐 내 인생을 바꿔보겠다던가, 지옥 같은 비만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인생은 내가 비만이었을 때도 슬프지 않았다. 저녁때 소파에 누워 게임하며 맥주와 치킨을 먹는 건 삶의 행복이었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면서 주말에 이불속에서 뒹구는 것도 나의 행복이었다. 뚱뚱해서 날 싫어하는 사람은 나도 별로 사귀고 싶지 않았고 살을 빼라느니 어쩌니 간섭하는 오지라퍼들에게는 항상 니 인생이나 제대로 챙기고 살라고 빅 엿을 날려 주곤 했다. 날렵한 몸에 대한 부러움은 있었지만 내 인생을 사는데 큰 불편함도 없었으므로 슬플 이유도 지옥 같을 이유도 없었다.
다이어트 이후에 확실하게 내 인생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내 인생을 바꾼 건 울끈불끈 근육도, 잘록한 허리 라인도 아니었다. 몸이 가볍고 건강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 운동이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어졌다는 것, 몸이 강해졌다는 느낌, 어떤 힘든 일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 원하는 것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다는 뿌듯함, 이런 것들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물론 외형적인 변화도 나를 계속 운동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 중에 하나이다. 점점 바뀌어가는 몸, 좀 더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는 즐거움, 변한 몸을 본 지인들의 축하.. 그런 걸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니 사실 엄청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의 시선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자극 정도로만 취급하자. 남에게 보여지는 것들이 운동의 중심이 되다 보면 결국 지칠 수밖에 없다. 외형적인 변화가 중심이 된 다이어트는 본인이 원하는 그 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은 견뎌야 할 고통이 되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하면 이야기는 다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 온몸이 땀에 푹 젖을 만 큰 운동하고 난 후에 오는 희열,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진 체력.. 이런 것 자체를 즐기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무력감, 만성 피로를 없애기 위해 운동하자. 내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아이와 배낭여행을 갈 수 있는 체력을 위해 운동하자. 나이가 먹어 죽음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 10년의 삶의 질을 위해 운동하자. 그러면 운동을 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움이 된다.
남이 어떤 눈으로 보던 내 몸은 소중하다. 그런 소중한 나에게 더욱더 건강한 몸을 선물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거다. 그러면 몸에 안 좋은 원푸드 다이어트 건, 디톡스 건, 다이어트 약은 아무리 효과다 좋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나를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자. 남이 어떤 눈으로 보던 나는 소중하고 내 인생은 소중하다. 그런 소중한 나에게 더욱더 건강한 몸을 선물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거다. 아름다운 외형이 나의 가치를 올린다고 믿는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내가 식스팩에 복근이 나왔건 가슴보다 배가 더 튀어나왔건 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고 허리둘레 좀 줄었다고 가치가 올라갈 만큼 나란 존재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누군가 당신의 몸에 대해 지적질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똑똑하게 말해주어라.
너는 날 평가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