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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y 18. 2023

도고 온천만으로도 마쓰야마를 여행할 이유는 충분하다

1일 1 온천, 도고 온천은 사랑받을 만하다.

마쓰야마시에 와서 바로 도고 온천을 가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도착한 다음날 도고온천을 구경 갔는데 온천으로 들어가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금요일인데도 저렇게 붐비나 싶어 지례 겁을 먹었다. 그리고 매일 호텔에서 아침저녁으로 씻어대는데 굳이 온천 가서 예약하고 기다렸다 줄 서서 들어가기가 귀찮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마쓰야마시에 도착한 지 벌써 일주일이 다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도고 온천을 못 가본 상태였다. 일본 천황도 사랑했다는 온천, 유명 작가도 너무나 사랑했다는 그 온천을 말이다. 그러다 낡은 아파트로 숙소를 옮기고 그곳에선 샤워가 불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도고 온천에 가서 매일 씻기로 했다. 아마 평일 낮 시간대는 줄을 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나의 숙소와 도고 온천까지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전차나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걸어서 가는 것과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차 타는 것보다는 20분 정도는 더 걷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산책 겸 매일 걸어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가는데만 한 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매일 똑같은 길로 똑같은 시간대에 나흘동안이나 다녔다. 나는 워낙 잘 걸으니 걷는 건 별 문제없을 테지만 샴푸나 수건 등의 대여비를 아끼려고 목욕용품들을 챙겨서 들고 다녀야 하는 게 좀 힘들었다.


제법 먼 거리였는데 그렇게 열심히 다닐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큰 이유는 피부 상태 때문이다. 처음 목욕을 한 뒤 나의 피부 상태를 보고 왜 3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도고 온천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단박에 알았다. 이러니 아무리 왕복 두 시간 거리라 해도 안 갈 수가 있는가.


그리고 도고온천의 수질이나 효능을 떠나 도고 온천의 본관의 모습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 실물을 본 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나도 처음에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공사 중이라 볼 수는 없었다. 이 공사는 내년, 2024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온천을 운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다 여겼다.


한 바퀴를 돌아서 온천 입구를 찾아갔다. 들어가는 곳이 두 곳이었고 평일임에도 사람들은 많았다. 그래도 주말처럼 북적이며 예약을 하거나 순번을 기다릴 정도는 아니어서 곧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말에는 미리 방문해서 예약해야 함은 필수이고 그것도 엄청 빨리 끝난다고 한다. 그 거에 비하면 나는 너무 러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그 키를 가지고 가면 카운터에서 목욕탕 안의 락커키로 교환해 준다. 금액이 저렴해서 짐짓 놀랐다. 도쿄에서 다니던 온천은 기본이 천 앤인데 그 반값도 안 되는 금액이라니 놀라웠다. 공사 중이기 때문에 탕 하나만을 운영했고 요금은 480엔을 받았다. 아마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면 2층도 이용할 수 있고 요금을 더 낸다면 그곳에선 다양한 체험을 할 수도 있는 듯했는데 나는 씻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므로 그것도 괜찮다. 아주 오래된 나무 바닥과 계단을 따라가니 여자 탈의실이 나온다. 자그마한 크기로 많은 사람 못 들어갈 듯하니 주말엔 이용하기 더욱 힘들겠다 싶다.


탕도 작았다. 가운데 기다란 원형의 온탕 하나와 샤워기가 사면으로 몇 개씩 있었다. 냉탕도 없다. 그러니 아무리 오래 있으래야 있을 수도 없다. 가볍게 씻고 온탕에 들어가서 잠시 머물다 나오면 끝이다. 보통 목욕탕에 가면 냉온욕도 좀 해야 하는데 냉탕이 없다니 놀라워라.


그 점이 좀 아쉬웠지만 그런 저런 모든 것들을 다 상쇄시킬 만큼 도고 온천 후 나의 피부는 겪어보지 못한 최상의 상태를 선물했다. 그래서 자꾸만 가고 싶어 졌고 왜 진즉 가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물이 얼마나 좋던지, 다음에 마쓰야마를 여행한다면 온천옆에 숙소를 잡고 1일 1 온천 하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도고 온천 수질의 정체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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